<월요논단> 패스트푸드와 음식문맹
<월요논단> 패스트푸드와 음식문맹
  • 관리자
  • 승인 2011.12.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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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음식문맹’이란 음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음식에 대해 잘 모르고, 음식을 만든 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식사에서 글로벌푸드,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이 더 애용되면서 사람들을 음식문맹이 되게 하고 있다. 글로벌푸드의 유입으로 로컬푸드의 소비가 줄면서 생산자와의 관계가 끊겼다. 소비자들은 먹을거리의 생산자들과 그들의 생산품, 생산과정과 생산방식을 알지 못하고, 먹을거리의 유통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유통자체가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고, 또 숨기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글로벌푸드의 유통과정에서 먹을거리 생산자들이 얼마나 불이익을 받는지 또 먹을거리의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를 어느 정도 쓰는지 알 수 없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의 애용으로 가정 식사가 줄어들면서 가족구성원들이 음식과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었다. 가정에서 음식교육이 줄어들었고, 가정의 식탁에서 음식이 사라졌으며, 음식이야기의 전승 공간이 축소되었다. 이전에는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정 식사를 했을 때, 가정에서 음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가족 간에 음식이 대화의 중요한 화제였다. 오늘날은 그 반대가 되었다. 가정식사의 횟수도 가정에서 만드는 요리도 크게 줄었다. 가정에서 조리를 적게 하면서 부엌과 식탁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부엌과 식탁은 조리와 식사하는 공간이 아니라 디자인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또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가정 밖의 외식 덕분에 음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돈이 좀 들지만 식당에 가서 먹거나 집에서 약간의 과정을 거쳐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된다. 마트에 가면 직접 먹을 수 있거나 간단히 데워 먹으면 되는 많은 음식들이 있다. 음식의 확보나 음식에 대한 접근이 용이할 때 사람들은 음식에 관심을 덜 기울이게 된다. 심지어 집에 식량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바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패스트푸드는 싼 가격을 위해 여러 지역이나 국가에서 생산된 가능한 한 싼 재료를 조합하여 만들어진다. 패스트푸드 공급업체는 식재료의 원산지 등을 잘 밝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기가 먹는 패스트푸드의 재료가 어디에서 누가 생산했는지를 알 수 없다. 패스트푸드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는 먹을거리의 이력이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 패스트푸드는 음식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패스트푸드의 등장 이전의 음식은 특히 시간의 맥락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비해 패스트푸드는 맥락이 상실된 또 관계의 기반 없이 만들어진 음식이다. 따라서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은 음식에 대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다. 패스트푸드는 어느 곳에서 먹어도 표준화된 맛이기 때문에 음식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 또 소비자들은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진지한 자세로 먹지 않는다.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배를 채운다고 생각하고 마치 자동차에 연료를 넣듯이 식사한다. 패스트푸드의 정체불명의 속성 그리고 패스트푸드의 식사 방식이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이 생길 수 없게 한다. 또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도 없게 만든다.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에 빠지면 패스트푸드 이외에 대안 음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또 패스트푸드의 확산 이전에 존재했던 지역의 전통음식 즉 지역의 토양과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패스트푸드 애용자들은 불과 수십 년 전에 조부모 세대가 즐겨먹었던 음식을 알지 못한다.

‘행복한 밥상’의 저자 마이클 폴란은 할머니가 먹었던 음식이 제대로 된 음식이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그러한 음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이들은 음식의 진정한 맛과 향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먹는 사람 모두 자신이 음식문맹인지 성찰해보고, 음식문맹이라면 음식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음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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