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 한식 세계화, 폭넓은 마음이 필요
<식품칼럼> 한식 세계화, 폭넓은 마음이 필요
  • 관리자
  • 승인 2011.12.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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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규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장
정부가 ‘한식(韓食) 세계화’의 깃발을 내세우고 추진한지 여러 해가 흘렀다. 아직은 내세울만한 눈에 띄는 성과를 이야기 하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노력의 결과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 외식 또는 식품기업들이 싱가포르, 중국, 미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한식관련 식당을 열고 우리 식품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한식 세계화를 꾸준하게 부르짖으면서 추진한 결과 중에 하나라고 보여진다.

한식 세계화는 단순히 우리의 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의미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것이라는 의미를 떠나 그 나라의 문화를 갖고 있는 상품으로서 그리고 한 민족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또 다른 ‘한식(韓式) 세계화 - 한류’도 눈여겨 볼만 하다. K-pop이라 불리우고 있는 우리의 음악, 사람들의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드라마, 우리의 의료 기술을 배우러 오는 여러 국가의 의료진들.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의 것이 세계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보면 K-pop도 그렇고 드라마, 의료기술 이러한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악, 창극, 한방과 같은 것들이 아닌 외래에서 들어온 것을 우리 것으로 하여 오히려 우리의 것이 원래의 것을 뛰어 넘어 세계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식품에서도 보면 일본에서 들여온 라면은 지금은 일본보다는 우리의 라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으며 수출도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식(韓食) 세계화에 대해서는 이러한 관점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식조리학과에서는 전체 교과 과정에서 한식과 관련된 조리 교과목이 50%, 조리 이론 및 식품 관련 과목이 20~30%, 서양조리, 일본조리, 제과·제빵 등 한식 이외의 교과과정이 나머지 20~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학과의 이름 탓인지는 몰라도 한식조리학과에서는 한식만을 배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아닌 대학에 근무하거나 한식 세계화에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까지도 한식조리학과는 한식만 배운다고 생각하고 한식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한식조리학과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한식과 관련된 업종에만 취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필자는 한식 세계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한식 세계화는 우리가 예부터 먹어왔던 비빔밥, 불고기, 신선로, 잡채 등과 같은 전통의 음식만을 전 세계 사람들이 먹게 하는 것이 아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이러한 전통의 음식을 세계인에게 먹게 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한식의 세계화는 우리가 만든 것을 세계 사람들이 먹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만을 알아서는 힘들다. 세계 사람들의 문화와 세계 사람들의 입맛 그리고 습관을 알아야 한다. 남의 것을 알아야 그것을 응용하고 우리의 것을 접목하고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먹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한식을 배운 사람이 한식 업종에만 종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한식을 배운 사람이 프랑스 음식을 만들고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배운 것이 한식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식에 한식의 이미지를 담고, 이탈리아 음식의 한국의 맛을 담아서 이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먹게 된다면 이것도 또 다른 한식의 세계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식(韓食)의 세계화라는 것은 단순히 한국의 음식을 세계화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한식(韓式)을 세계화하는 것이라는 폭넓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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