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골동반(骨童飯)
비빔밥과 골동반(骨童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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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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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우리나라가 세계의 경제, 문화, 산업의 중심권에서 활동하면서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음식에 접해볼 기회를 많이 갖고 또한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몇 가지 음식이 있다. 불고기, 비빔밥, 김치, 고추장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요즘은 많은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역사나 스토리(story)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알고 싶어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와 스토리가 정확히 알려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식품에 대하여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다.
그 중 ‘비빔밥은 골동반(骨童飯)에서 왔다’고 잘못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앞의 연재에서 본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김치의 어원이 침채(沈菜)라니 고추의 어원은 고초(苦椒)라는 잘못된 이성우 씨 주장과 다를 게 없었다.

특히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씨의 ‘비빔밥의 진화와 담론’ 연구에서 비빔밥이 알려진 것은 1920년대라고 하고 전주비빔밥이 전국에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이후라고까지 하는 등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그는 우리나라의 김치의 역사가 100년 밖에 안된 것이라고 주장,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역사를 심히 왜곡하기도 하였다.

비빔밥에 관한 문헌이 처음 나오는 것에 대해 주영하 씨는 ‘비빔밥의 진화와 담론 연구’에서 1890년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처음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는 달리 1800년대 초의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12가지의 다양한 비빔밥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홍재전서(弘齋全書)’(1799~1801)에서도 비빔밥이 골동반(骨童飯)으로 소개되고 있다. 즉 이 때에도 백성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비빔밥을 소개한 문헌은 조선 중기 박동량(朴東亮 1569~16 35)이 쓴 ‘기재잡기(寄齋雜記)’(1591~1592년 일기)에서도 나온다. 여기에는 비빔밥을 혼돈반(混沌飯)이란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19세기 후(1800년대말)의 ‘시의전서’에 비빔밥을 골동반(汨董飯)과 부뷤밥으로 동시에 기록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주영하 씨의 주장은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옛 기록에 비빔밥을 골동반이라고 기록하였다고 해서 옛날에 비빔밥을 골동반이라고 불렀을까? 물론 이성우 씨와 주영하 씨는 그렇다고 주장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섣부른 주장이며 우리말을 하는 사람과 이를 기록하는 이의 표현의 괴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한자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다. 그러면 비빔밥을 왜 골동반 또는 혼돈반으로 기록하였을까? 당연히 그 시대에는 말하는 사람들은 ‘부뷔움밥’, ‘부뷤밥’, ‘비빔밥’이라고 하였어도 이것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비벼서 먹으니까’ ‘훈몽자회(訓蒙字會)’(1527, 최세진)에 나오는 것과 같이 ‘부뷔움 골(骨)’자를 이용하고, 중국에서도 비벼서 먹는 음식이 골동갱(骨董羹)이란 글로 ‘성리대전(性理大全)’(1415년)에 나오니 ‘비벼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를 살려 ‘골동반’으로 표기하였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나물을 섞어서(비벼서) 먹는 개념으로 ‘혼돈반’으로 표기하였을 뿐이다. 즉 골동반이나 혼돈반 어느 것으로 표기 되었던 간에 백성들 사이에서는 비빔밥은 부뷔움밥 또는 부뷤밥으로 불려졌고 인식되어 왔다. 그 시대에는 이미 세종대왕이 우리 글을 만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그대로 쓰는 것은 무식하고 천민이 쓰는 것으로 인식되고 한자로 쓰는 것은 배운 양반들이 쓰는 것으로 당연히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빔밥의 어원은 골동반이라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고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김치의 어원은 딤채로 불리었음에도 딤채[菹]가 아니라 침채(沈菜)라니, 고추의 어원은 고쵸(椒)가 아니라 한자 고초(苦椒)라는 주장들은 잘못된 주장이며 시급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요즘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든지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이 있고 그 역사가 있다. 아무리 역사와 스토리가 중요하더라도 과학적이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만든다든지 또한 그들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진실을 잃어버린 사태가 오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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