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한국식생활문화학회 양일선 회장
<특별 인터뷰> 한국식생활문화학회 양일선 회장
  • 김병조
  • 승인 2006.05.1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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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두가 건강하게 잘 먹는 그날까지"
식품-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서 양일선 교수(연세대 식품영양학과)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일을 해왔고, 그래서 영향력 또한 커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생적으로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나지 못해 본인 스스로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한데도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는 양일선 교수.
아침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영(靈)의 양식(糧食)’을 먹고 산다는 그녀는 나이 57세이지만 일에 관한 한 여전히 배가 고픈 아직도 ‘꿈 많은 소녀’다.
얼마 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양일선 교수를 본지 창간10주년 기념 특별초대석에 모셔 그녀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정갈한 모습과 왠지 ‘거목’으로 느껴지는 위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쉽게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생각되는데 막상 만나보면 편안하고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다.
대담=김병조 편집위원

▲우선 제 34회 보건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 받고 보니 너무 큰 상이라서 저에게는 과분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아버님을 비롯해 모란장을 수상하신 여러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한 일이 너무 없는데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상을 받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이다음에 하늘나라에 가서 하느님 앞에서도 잘했다고 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영양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하시고 또 기억에 남는 일들을 꼽는다면.
- 16대, 17대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영양사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영양교사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손정숙 사무총장과 고명애 정책국장을 비롯해 협회 직원들이 모두 하나가 돼서 너무들 애써 얻은 결과입니다.
공무원들의 정원에 비해 영양교사 T/O가 1700~1800명 정도가 나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영양교사제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해서 앞으로 정착시켜나갈 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제도는 지속성이 있어야지 1회성 이벤트로 끝나면 안 되기 때문에 협회가 할일이 아직 많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나와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영양교사제도 외에도 영양사 보수교육의 부활과 영양교육 상담료 비급여인정, 군병원 영양사배치, 교정시설 영양사 전면배치, 유치원 영양사 배치제도 신설 등의 일들을 협회 직원들과 이뤄낼 수 있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양교사제도와 관련해서는 새롭게 배출되는 영양사들의 진로가 좁아질 수 있고, 신분이 보장되면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하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 영양사 본연의 임무와 사명이 없는 영양사는 교사제도와 관련 없이 영양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영양교사가 되면 물론 교육공무원이 된다는 것과 정년이 2~3년 길어지는 등의 몇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급여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영양사들의 처우가 개선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영양사들이 정식 교사가 됨으로써 아이들의 영양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양적으로 급성장한 학교급식을 이제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영양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양교육의 신뢰도를 높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영양사도 교사자격을 갖출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영양교사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영양사들의 문제가 항상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영양교사제도가 먼저냐 비정규직 영양사들의 처우개선이 먼저냐를 놓고 갈등도 많았습니다만, 비정규직 문제는 영양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사항이어서 영양사협회로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안을 같이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최근 아동들의 비만이 급증하는 현상과 식문화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영양교사제도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학교급식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바람직한 발전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최근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이나 친환경농산물 사용여부 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원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전담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가 급식부분까지 제대로 지원하기는 다른 업무의 폭주로 인해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학교급식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전담기구가 생기고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또 아침급식을 실시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매우 높은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일손이 많이 가는 특별한 조리과정 없이 우유나 시리얼, 과일 등으로 구성된 콜드 푸드(Cold Food)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식재구입도 학교별로 하지 말고 지역별, 광역별로 해서 물류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아울러 위탁급식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일부 문제가 있는 업체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탁급식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를 마녀사냥 식으로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위탁급식에 대한 건전한 풍토조성과 인식전환도 학교급식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내용입니다.

▲식품과 외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산업선진화를 위해 어떤 정책과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식품과 외식산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이 필요한데 외식산업의 경우 주무부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보건복지부는 위생에만 신경을 쓰고 농림부는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외식산업에서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의 양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문화관광부 자문위원을 맡았을 때 관광산업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높고 중요한지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만, 그나마 최근 문화관광부와 농림부가 공동으로 우리음식 조리법 표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우리음식의 세계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만, 외식산업의 해외진출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외교통상부의 협조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외로 진출한 외식업체가 운영상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 주는 곳은 외교통상부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음식과 문화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관련정부부처가 T/F팀을 만들어서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내 외식산업은 정보와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미비합니다. 현재 한국외식정보(주)에서 외식관련 통계와 정보를 총망라해 정리하는 외식연감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정부가 이미 했어야 하는 일입니다. 식품과 외식의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자격증제도를 만들어 혜택을 부여하는 등 체계적인 제도마련도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을 맡으시면서 이 학회의 숙원사업이었던 사단법인 설립을 이뤄내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 음식문화의 트렌드나 웰빙문화 등에 대해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우리 학회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형 식생활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것을 규명하고 식생활 문화형성과 전통식문화 뿐 아니라 비교식문화 등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전통음식의 문화 원형 컨텐츠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식품하시는 분들이 전통식품의 안전성과 기능성, 가공, 저장 부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평소 그렇게 많을 일들을 하시면서 어떤 점에 가치를 두고 일하시는지 인생철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과 삶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항상 자신의 잠재능력을 알고 찾아내서 자신이 기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중요하지요.
또한 살면서 제일 경계해야하는 것은 ‘칭찬’입니다. 장대를 흔들면 위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되겠지요. 지금 가진 모든 것이 모두가 자신이 이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몇 년 전부터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혜로운 삶의 근본은 신앙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 급식과 외식이 학문적으로, 산업적으로 하루빨리 인정받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학들이 뿌리를 내리고 학문적 영역이 더욱 커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정리=박지연 기자 p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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