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국의 상차림
<월요논단> 한국의 상차림
  • 관리자
  • 승인 2012.01.30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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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북촌음식문화포럼 대표
정부가 한식세계화 기치를 내걸기 훨씬 전인 2007년 11월에 우리 음식에 대한 관심제고와 세계화를 위한 한국음식의 발전적 미래를 논의하고자 한국식생활문화학회와 국제교류재단이 7개국 12명의 영향력 있는 해외 음식 전문가를 초청해 4일간 서울, 전라도 지역을 순회하며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첫째, 둘째, 셋째 날은 서울과 전주에서 워크숍과 함께 궁중음식문화연구원, 전주의 술 박물관과 비빔밥 박물관에서 시연, 체험, 시식이 이루어졌고 마지막 날인 넷째 날 전남 보성군 ‘징광 문화재단’의 옹기그릇을 관람했다.

그 후 조리연구가 박종숙 선생의 조리시연과 5코스의 소식문화와 해독문화에 대한 강의 후 점심상을 받았다.

1. 찻물을 우려낸 입차(녹차)를 재활용해 만든 두부 샐러드
2. 우린 잎 차를 재활용한 낙지 매운 무침과 전 3쪽(가지, 굴, 호박)
3. 영양부추 양념 생채를 곁들인 돼지고기 간장 찜과 벌교 꼬막무침
4. 북어 국물에 토종닭과 수삼을 넣은 닭죽과 물김치 그리고 매실장아찌
5. 유자 속을 파내 밤, 대추, 석이와 섞어 달콤하게 채운 유자주머니와 우려낸 차 잎으로 만든 설기

총 다섯 코스로 화려하지도 푸짐하지도 않은 소박한 상차림이었다.

캐나다, 홍콩, 대만, 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TV 음식프로 진행자, 음식평론가, 외식컨설턴트, 대학교수, 음식전문기자, 조리연구자 등 다양하고 구체적 활동을 하는 이들로부터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전날까지 한국음식의 이해하기 힘든 복잡함, 식기의 단조함, 스타일링의 부재 등으로 한국음식을 먹은 후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고, 특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던 이들이 작고 소박한 밥상에 대해 “코리아 푸드 베리 굿”이라는 탄성을 내지른 것이다.

태국의 수라차이 주자로엔사쿠, 카세차르트대 교수는 “한국에 이렇게 멋진 전통식기들과 다양한 건강 음식이 있다는 것은 세계인들에게 참 고마운 일이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카세린 바세트, 르 꼬르동 블루의 홍보 책임자는 “몸에 있는 독을 빼 준다는 녹차, 북어, 녹두, 수삼, 매실 등의 재료는 한식의 특징인 건강성을 더 돋보이게 한다”면서 “유럽에 이 정도 메뉴를 갖춘 한식레스토랑이 문을 연다면 바로 ‘미슐랭 스타’로 선정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표해 모든 참석자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한국 여성과 3년 전 결혼해 한국음식을 먹으며 3년간 콜레스테롤 수치가 1/2로 낮아졌다며 한국음식의 우수성을 칭찬하던 미국의 존 나이호프 CIA 조리학교 교수, 캐나다 유명 TV 요리진행자인 마거릿 디킨슨도 “한국의 음식진수를 이제야 맛보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몇 해 전 국민문화재연구소에 근무하는 제자가 찾아와 “선생님, 우리 의궤에 적힌 상차림 내용과 현재 통용되고 있는 내용과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묻기에 갖고 있던 자료를 주었던 생각이 난다.

한국의 상차림 문화를 깊이 연구하는 학자들은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 전통상차림이 매우 왜곡, 변질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정조 19년에 편찬된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사도세자인 장조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치르는 8박9일의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이를 통해 계급에 따라 일상식 상차림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임금과 내빈(왕족)들은 밥과 국을 기본으로 찬이 5개인 7기(7첩)를 독상으로 받고 양반인 원은 밥과 국에 찬이 2개인 4기를 독상에 받으나 같은 원이라도 중인층의 원은 독상을 받되 밥과 국만이 있는 2기이고 중인계급의 인과 명의 두 직급은 밥과 국의 2기를 밥상 없이 동해에 담아 둘러앉아 먹었다.

조선왕조의 일상식 차림은 밥, 국, 반찬을 포함해 왕과 왕족은 7기를 넘지 않았는데 이는 요즘 상차림으로 보면 3첩에 해당한다.

앞서 국제 학술대회에서 외국인들이 극찬한 상차림은 12첩의 화려한 상이 아니다. 소박하고 건강한 상차림이었다.

한식 세계화를 부르짖는 현시점에서 정통성이 무너져 있는 외식업계의 상차림 문화를 한번쯤 바르게 정립하고 올바른 정립을 통해 식재료비 상승의 압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상차림 문화를 한번쯤 논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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