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에 대한 심심한 위로
동네빵집에 대한 심심한 위로
  • 관리자
  • 승인 2012.02.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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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벌가 여성들이 고급 베이커리 사업에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재벌가의 베이커리 사업은 탐욕의 상징이자 세습 자본주의 전형으로 치부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결국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상생의 희생양으로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 재벌가가 책임감을 떠 앉게 됐다.

삼성그룹의 ‘아티제’, 롯데그룹의 ‘포숑’, 신세계그룹의 ‘조선호텔베이커리’, 현대자동차그룹의 ‘오젠’ 등 이들 고급 베이커리는 유통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재벌가의 딸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름도 어려운 이들 브랜드를 운영하는 재벌가 2, 3세들은 대부분 유학파로 해외에서 보던 것들을 들여와 국내에 적용하거나 판권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식사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손쉽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은 것으로 비춰졌다.

포숑 관계자는 오픈 당시 "패션과 잡화 등에만 명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도 명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포숑을 대중적인 베이커리가 아닌 특권층을 위한 명품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밝혔었다. 때문에 로드숍 매장이 아닌 백화점을 중심으로 확장 운영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처럼 재벌가 베이커리는 애초부터 동네빵집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와는 태생이 다르다. 타깃 층과 출점방식 또한 기존 대형 베이커리와는 차별화를 뒀다.

자유로운 시장이라면 개당 500원짜리 동네 빵집도 있고 1만원짜리 고급 베이커리도 있다. 수요층이 확연히 다른데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호텔 레스토랑이 늘어난 탓에 동네식당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번 재벌가의 베이커리사업 철수가 동네빵집 운영 활성화에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영세자영업자들의 매출 부진과 경쟁 과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재벌가 베이커리가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가 딸들의 고급 베이커리의 사업 진출이 동네 빵집을 몰락의 원인으로 오버랩 되자 철수를 해도 그룹 전체 매출에 타격이 없는 재벌가가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대표(?)해 뭇매를 맞은 꼴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대형 베이커리프랜차이즈 업체와 골목상권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대한제과협회 또한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속 시원한 대안책은 결코 아니라고 전했다.
동네빵집을 위협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도 내막은 복잡하다. 또 대한제과협회를 대표하는 회장 또한 100여개가 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동네 빵집을 위협한다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3천개여 가맹점을 거느린 파리바게뜨도 동네빵집에서 성장했고, 대다수 가맹점주는 밤 12시까지 힘겹게 일하는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정부의 재벌 개혁은 동네빵집에 대한 위로가 아니다. 무엇을 개혁할 지를 곰곰이 생각해 자유경쟁시장에서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새롭게 접근하고 새로운 규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유은희 기자 yeh@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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