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현행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도는 다양한 식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업계와 소비자, 정부의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면류와 냉동만두 등 11개 식품을 대상으로 유통기간 경과 후 실제로 부패ㆍ변질되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2일에서 70일까지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의 실험 결과, 먹어도 되는 기간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었다. 건면은 유통기한 만료 후 50일, 냉동만두는 25일이 경과하는 시점까지 섭취해도 안전했다. 다만 면류 중 생면은 상대적으로 변질 속도가 빨라 9일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곰팡이가 검출됐다.
또 우유는 유통기한을 지나 50일까지, 액상 커피는 30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포장을 뜯지 않았어야 하고, 제품에 적힌 보관 요령을 지켰을 때라는 단서가 붙는다. 생크림ㆍ버터크림 케이크, 크림빵과 같은 빵 종류의 식품 역시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도 먹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소비자원은 이 실험결과를 토대로 품질의 변화 속도가 빨라 부패와 변질의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기관과 표시제도의 개선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 단체들은 현행 유통기한 제도에서도 식품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들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폐기 문제를 왜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식품이 다양한 유통 구조와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기한을 도입할 경우 변질될 상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기한 도입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보통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버린다. ‘판매 가능한 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을 ‘섭취 가능한 기한’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도 표면적으로는 소비기한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소비기한까지 판매가 확대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이 덜 신선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생각하고 매출이 부진할 수도 있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식품 변질에 따른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현행 식품 유통기한 표기제도를 먹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는 소비기한 표시제도로 바꿀 방침이다.
식품산업 발전에 비해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연간 식품의 반품ㆍ폐기 비용만 약 6100억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이유지만 실상은 식품기업들이 값을 내리도록 유도하자는 정부 나름의 복안도 깔려있다.
보건복지부는 식품에 대한 유통과정을 개선하고, 국민의 인식이 높아질 때까지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디 업계와 소비자, 정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안진 기자 baj@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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