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음식욕구
<월요논단> 음식욕구
  • 관리자
  • 승인 2012.02.1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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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음식에 관한 최고의 연구자인 영국의 인류학자 오드리 리처드(Audrey Richards)는 80년전에 쓴 그녀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생물학적 과정으로서 영양(섭취)는 성(性)보다 더 근본적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소화 과정은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졌다. 결국 음식을 찾는 충동은 어떤 극한 이상으로는 억제할 수도, 참을 수도 없는 욕망이다. 성에 대한 충동과 달리 음식에 대한 충동은 주기적인 것으로서 몇 시간마다 정기적으로 재발한다. 성충동은 억제될 수 있는 반면, 삶의 전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충동은 충족되어야만 한다. 인간은 성적 만족감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음식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본적인 인간의 음식욕구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연구하고 주의를 기우리고 있나? 남녀간의 사랑에 대하여는 수많은 이야기와 교훈서가 출판되고 있으나 음식이 가지는 매력과 욕구 충족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특히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외식산업에서 이 문제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명제임에도 말이다.

음식과 인간과의 사랑이야기는 많은 문헌에서 이야기 되고 있으나 우리는 그렇게 로맨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일차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식품의 기능을 영양공급기능, 기호충족기능, 생리활성기능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식품에는 이보다 훨씬 고차원의 인류 역사와 철학을 지배하는 기능이 있다. 식품역사학(Food history)과 영양인류학(Nutritional anthropology) 등이 음식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논하는 학문이다.

우리시대 최고의 식품 인류학자로 시드니 민츠(Sidney W. Mintz)교수를 빼놓을 수없다. 그는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인류학 교수로 있는 분이다. 민츠 교수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사탕수수 재배가 근대사와 오늘의 세계화에 미친 영향을 ‘설탕과 권력’이라는 저서를 통해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음식의 맛, 자유의 맛’ 등 많은 저술을 통해 인류 역사에 나타난 음식과 역사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한 예로 코카콜라가 미국인의 애국심과 전후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을 흥미롭게 설파하고 있다.
식품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면 보통 연애소설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그 속에는 인류 역사를 통해 흘러온 숙명적인 재앙과 고뇌, 행운과 희망, 배신과 전쟁, 사랑과 술수 등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 거리가 있다. 인류역사는 식량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기록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수많은 전쟁이 식량을 얻기 위한 목숨을 건 투쟁이었으며, 영웅적인 모험도 대부분 식량을 찾아나선 노력이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인도에서 후추나 향신료를 사오는 안전한 뱃길을 찾아나선 결과였으며, 많은 중국인들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이주하여 살아온 애환의 역사도 4세기경에 있었던 중국대륙의 대 기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식의 역사에 기근과 전쟁과 투쟁의 비참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위해, 우정을 위해, 그리고 애틋한 모성과 효도를 위해 음식은 실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따스하고 멋진 인테리어안에 편히 앉아 연인과 함께 나누는 빠알간 포도주의 향취는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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