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향토 음식문화의 미래가치
<월요논단> 향토 음식문화의 미래가치
  • 관리자
  • 승인 2012.02.27 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미식탐방을 목적으로 중국에 갔었을 때의 일이다.
예부터 멋과 맛의 고장으로 유명한 소주(蘇州, 쑤저우) 죽림(竹林)지역의 향토음식점에서 잊지 못할 맛을 경험했는데, 닭 육수를 베이스로 겨우내 땅을 뚫고 올라온 연한 동순(冬筍)과 돼지고기에 소금을 뿌려 그늘에 말린 것을 저며서 넣고 끓인 동순탕을 먹어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양념이라고는 얇게 저민 생강편이 전부였지만 신선한 재료에서 우러나온 식재료 본연의 맛은 담백하지만 깊이가 있는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채소와 고기를 이용하여 최소한의 양념을 넣고 조리하여 자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소박하지만 최상의 품질을 전달해 준 것이다.

식사가 끝나면 식당 앞에 끝없이 펼쳐진 죽림을 산책하거나 전동차를 타고 죽림을 깊은 숲속 굽이굽이를 탐방할 수 있는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빽빽한 대나무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에 부른 배와 마음을 다스리고 내려오면, 북송(北宋) 중기로부터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자사차호(紫沙茶壺)를 만들어 내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 장인들의 공방을 둘러볼 수 있는 멋진 여정이 이어져 있었다.

물론 국내의 음식문화기행을 통해서도 더할 수 없는 식도락의 탐미와 아름다운 전통문화 체험을 통한 잊지못할 감동은 수없이 많다. 서산의 제철 굴밥을 필두로 안면도의 천연 소나무군락지인 솔숲에서 삼림욕을 하고 서해의 장엄한 낙조를 감상하면서 먹을 수 있는 제철 해산물의 신선한 바다향기도 우리에겐 값진 문화상품이 될 것이고, 고창의 풍천장어로 미식을 즐기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고창의 죽림리와 상갑리 일대에 퍼져 있는 거석문화인 고인돌 군락을 돌면서 한반도의 신석기 역사를 공부하는 맛따라 역사탐방도 멋진 코스가 될 것이다.

또 제철 자연을 맛보려면 4월 말 피어나는 청보리밭 고랑을 바람을 가르며 걸어보는 체험도 넣으면 더할나위 없이 멋질 것이다. 안동의 흙담벼락을 끼고 굽이돌아 고택의 아랫목에서 받아보는 정갈한 반상차림을 맛보고 종가댁 살림살이의 귀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품격 높은 식문화 탐방도 가져볼 수 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퍼져있는 특색 있는 향토음식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고 음식에 담겨 있는 문화와 역사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향토 음식문화를 발굴하고 진흥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음식문화 행사들을 열어 요리경연을 통해 솜씨를 선발해 장려하고, 음식문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음식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굵직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너무나 고무적인 일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행사를 찾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참가자들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외로 볼거리,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건강지향형 관광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블로그나 페이스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어, 이러한 정보의 공유는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는 ‘취미동질성의 파워’를 발휘하게 되므로 결국 소셜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이다.

향토음식 관련 행사들을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흥시키기 위해 프로그램의 짜임새, 방문객들의 특성 및 편이성과 만족도, 지역사회나 주민이 얻은 이익, 지역 농수축산물의 홍보와 판매실적, 지역 외식사업체의 홍보 및 활성화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속가능하고 발전적인 향토축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향토음식문화가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멋을 지니면서 세련된 문화트렌드에 합류하는 글로벌 컬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음식문화 콘텐츠로 ‘유형화’하고 이를 ‘매체화’하는 미래지향적인 노력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포괄적인 무형의 가치다. 따라서 음식문화의 잠재적인 미래가치는 우선 가시화할 수 있는 것(음식, 상차림 등)을 통해 평가받고 이를 엮어가는 이야기의 짜임새(스토리텔링), 환경의 깨끗함, 친절함, 세련된 감성 등이 어울어져야 하는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