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의 도덕성을 살필 때
가맹본부의 도덕성을 살필 때
  • 김성은
  • 승인 2012.03.0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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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브랜드에게 상생은 선택이 아닌 숙명이다. 특히 가맹본부와 가맹점과의 관계에서 상생은 어느덧 서로에게 공기와도 같다. 그러나 최근 로티보이가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지는 등 프랜차이즈 시장의 상생의지가 희석되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 사업권자인 권주일 대표가 물품 대금을 말레이시아 본사에 입금하지 않고, 가맹본부와의 계약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17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이 최종 해지되면서 불거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권 대표가 밝힌 해외프랜차이즈의 횡포보다는 국내 사업권자의 경영상의 문제점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맹점주 뿐만 아니라 본사직원들까지 몇 달치 월급이 밀린 상태로 내쫓기다시피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 하청업체들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속출할 전망이다.

로티보이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번’ 브랜드로 권주일 대표가 2007년 3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들여와 전국에 200여개 매장을 개설하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 브랜드다. 그러나 트렌드가 빠른 국내시장에서 ‘미투브랜드’가 러시를 이루면서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금방 경쟁력을 잃었고, 여기에 국내 베이커리시장이 커지고 카페문화가 도래하면서 번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는 사실상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할 수 없어 급속히 하락한 것.

최근 3년간 로티보이의 재무 상황을 살펴봐도 영업이익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그간 녹록치 않은 행보를 이어나갔음을 알 수 있다. 자구책으로 4개의 신규 브랜드를 최근까지 론칭했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결국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왔다.

특히 사업다각화에 투자한 자금도 90여명이 넘는 가맹점주들의 물품보증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홍철 로티보이 선릉점 점주는 “이번 일로 피해가 막심하다”며 “권 대표 앞으로 빚이 수십억이다 보니 제때 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이 가맹점주를 상대로 빚 독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부도는 의도된 고의부도라는 주장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권 대표는 지난해 가족들을 캐나다로 보냈으며, 각 가맹점에 일체의 사전 공문도 없이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한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 90여개 가맹점주들 가운데 폐점을 준비하는 일부 매장을 제외한 80% 가량의 가맹점들은 말레이시아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국지사와 다시 계약해 매장을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치닫던 이번 사태가 외식업계의 치부를 또다시 들춰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오는 15일부터 창업박람회가 시작된다. 예비창업자들이 장밋빛 인생을 펼쳐질 수 있도록 정부는 ‘먹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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