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품격(品格)
<월요논단> 품격(品格)
  • 관리자
  • 승인 2012.03.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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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북촌음식문화포럼 대표
前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식품과 인간의 관계는 음식이 곧 생명이라는 사실이다. 즉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식품음식을 섭취하고, 이 식품은 인간이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여 생명을 유지시키는 수단이 된다. 인간은 생명현상 유지만이 아니라 정신적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식품을 섭취한다.

이와 같이 식품을 섭취하는 행동이란 생물적 욕구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문화란 유전적으로 형성된 생물학적 행동이 아니라 사회라는 집단 속에서 후천적으로 학습에 의해서 습득된 행위이다. 따라서 한나라의 식생활은 식품의 선택과 채취, 조리와 가공, 보존과 저장, 먹는 음식의 종류, 식사 방법과 예절 등 인류의 문화적 소산이다.
따라서 동·서양간의 식품문화는 생태환경에 따른 식량생산 기술의 차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동양권에서 농경문화의 뿌리를 내려 곡류문화를 형성하였고 서구는 유목문화에 기초하여 육류문화를 구축했다.

식량생산 기술의 차이는 조리기법의 차이를 가져와 육류문화권의 로스팅(roasting)문화와 곡류문화권의 스티밍(steaming)문화를 형성하고 그 결과 조리기구의 차이, 식기, 식탁문화, 식사예절 등의 차이를 가져왔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건강을 위해 음식을 골라 먹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의 모양, 색깔, 냄새, 그릇, 테이블공간의 연출 등을 통해 미적 감각을 느끼고 즐기는 과정이다.
음식의 씹히는 소리, 입에서 느껴지는 감각, 그릇과 그릇의 부딪힘 등이 식사의 품격이나 식품선택의 기준이 되고 식사시의 음식온도, 질긴 정도, 후각, 미각, 시각, 청각, 촉각 등 또한 식사품격에 영향을 준다.

김치와 장류, 젓갈, 주류, 식초류 등 한국의 5대 발효식품중 김치와 장류, 막걸리 등이 세계인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는데 과거의 이들 식품은 기피 또는 혐오 식품이었으나 이들 식품이 각광을 받는 것은 이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을 뿐 이들 식품자체가 변화된 것이 아니다. 이는 호기심을 갖고 문화적 인식을 발견하기 위해 새로운 식품을 경험하고 접촉해 봄으로써 자신이 즐길수 있는 맛과 냄새를 개발한 것이다. 음식에 대한 선호와 금기, 소비 기회와 방식은 종교적, 문화적 상징성과 의미에 따르기도 하고 이는 식탁매너에도 적용돼 성과 연령, 사회적 지위와 권력정도에 따라 좌석배치, 접대순서 등이 정해지기도 한다.

인간의 생명활동 전과정에서 식생활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음식을 섭취하므로 얻는 건강과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정신작용, 식사를 하며 대화를 통해 소통의 기회를 갖게되고 이를 통해 각자의 생각과 정감의 교류가 이루어져 자신의 성찰과 가족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이해가 생겨 개인적, 사회적 삶의 방식을 터득하게 되는 사회성 등을 익히게 돼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무엇을 먹느냐(What to eat) 라는 생각은 좋은식품, 나쁜식품이라는 물질적 측면만 강조하는 이분법적 사고이고,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What and how to eat)라는 생각은 육체와 정신을 함께 생각하는 통합적 사고로 인간의 본성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잡식동물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에서 기인한 인간의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 그리고 자연에 대한 궁금증과 실험적 자세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그들이 의존하는 먹이사슬(food chain)을 바꿔 놓는 능력을 갖추게 해 인간에게 식생활은 자기 발전의 주요 과정이자 방법이다.

‘어려서 익힌 입맛은 변하지 않는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식생활을 통해 건강한 개인, 명랑하고 화목한 가족,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와 국가, 나아가 자연과 공생 공존을 지속하는 지구를 만들어갈 주인공을 양육해 품격 있는 사람을 키우자는 함축된 내용을 품고 있다.

교육은 어려서부터 몸에 자신도 모르게 배이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날짜를 정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정부는 앞장서고 외식업체는 이 운동에 함께 참여해 품격 높은 식생활 체험의 장을 열어주면 어떨까. 어릴 때부터 식사를 통해 음식을 먹는 방법, 남의 대한 배려, 감사의 마음, 절제를 통한 자아컨트롤, 식탁 매너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 발전시키는 윤리를 배우고 실천의 방법을 익혀 품격 놓은 공생의 사회를 이룰는 장을 마련한다면 이 또한 보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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