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와 인간관계, 그리고 교양
식사와 인간관계, 그리고 교양
  • 관리자
  • 승인 2012.04.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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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나 딸이 이성 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의 부모들은 새로 사귄다는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를 식사에 초대한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좀 더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기 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최소한 하는지,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지는 않는지, 보기 거북스럽게 식사를 하지는 않는지, 밥은 충분히 먹을 만큼 건강한지,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는 속도를 맞출 줄 아는지를 보게 된다. 집으로 초대받은 경우라면, 식사 후 그릇 치우는 걸 조금이나마 도와주려 하는 인사라도 건네면 더욱 좋은 점수를 받는다.

식사 통해 인간관계 결정되는 경우 많아

재미있게도 우리 주변에는 사귀는 여자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밥을 몇 그릇 먹어 결혼을 승낙받았다는 남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여자 역시 식사 전후를 살펴봄으로써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식사를 통해 인간관계가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모든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누가 한 번 ‘밥먹자’고 할 때, 그것은 단순한 밥을 먹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으로 그 사람과의 친밀관계 확인, 우정의 강화, 비즈니스의 개통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많은 관계는 예외 없이 식사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식사는 인간이 최소한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양의 섭취를 의미하며, 우호적인 사람과의 어울림을 뜻한다. 맛있는 고기를 씹을 때 우리는 고기 속에 들어있는 영양소와 맛에 의해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게 된다. 함께 고기를 씹으며 영양소와 맛을 느낄 때 사람들은 친밀감을 급속히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 친밀감의 공유가 인간관계의 형성을 촉진하고 개선시키게 된다.

교양이 탄생한 것도 식탁이라고 할 수 있다. 식사하는 사이 사람이 지켜야 할 매너와 예절을 기초로 교양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동양에서는 후루룩 쩝쩝 음식을 먹는 경우가 용인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서민들 가운데는 트림을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것을 금한다. 대신 휴지에 코를 소리 내어 푸는 걸 용인한다. 동양에서는 식탁이 한 번에 다 차려지는 게 보통이므로 식사의 순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접시가 나오므로 나이프와 포크를 쓰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양식을 먹기 시작할 때 ‘좌빵 우물’이라고 농담을 하는 매너는 기초다. 왼쪽에 있는 빵과 오른쪽에 놓인 물이 내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젓가락을 사용하면서도 식사 매너가 사뭇 다르다. 일본의 경우 그릇은 요리에 따라 다르지만, 젓가락만 사용하여 식사하는 게 보통이며 반드시 인사를 하고 젓가락을 든다. 카라바시(한 번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었다가 먹지 않고 다시 놓는 것), 코미바시(입안에 먼저 먹었던 것이 있는데, 다시 다른 음식을 먹는 것), 카가미구이(앞으로 상반신을 구부려서 먹는 것)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공간 ‘외식업소’

식사에 관한 교양을 지키기 위해 고역을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옛 대우 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세계의 사업가들을 만나며 회사를 한창 키울 때 점심을 세 번씩 먹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사업가와 이미 점심을 먹었는데도 또 다른 사업가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식사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켰다는 얘기다. 영국 여왕도 인도 귀족과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인도 귀족이 손 씻는 물을 마시자 그것을 그대로 따라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다. 상대방의 식사 매너를 존중하기 위해 여왕도 생소하고 내키지 않는 일을 했다는 의미다.

외식업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영업장소가 손님들 간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공간임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비즈니스를 하고, 남녀가 일생을 같이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우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의 형성을 지원하고, 우호적인 관계설정이 되도록 배려를 하는 곳이라면 수준 높은 곳이다. 역으로 수준 높은 외식업체가 되고자 하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이러한 관계의 형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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