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국제유동성을 잘 다루어야 할 때
<월요논단> 국제유동성을 잘 다루어야 할 때
  • 관리자
  • 승인 2012.04.2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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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들어 지구경제가 약간의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이 부분적으로 온기를 띠고 있으며, 유럽의 금융시장도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경제도 수출경기 회복을 위해 엔화시장에 개입하여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효과가 각국의 금융완화, 즉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정책효과에 기대고 있다면 마냥 좋아할 일은 못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은 경기가 악화되면 돈을 풀고 금리를 조절해 그때 그때의 숨통을 트여온 바 있지만, 금융완화 정책이란 것은 물가상승, 가격거품 조장, 저축감소 등의 부작용을 항상 초래해 온 바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생산에서는 과잉생산이 일어나고, 소비에서는 가격이 올라가고, 투자에서는 과열이 나타나기 때문인데, 그 뒤에는 반드시 장기간 부채가 늘어나고 금리가 낮아진 과도한 금융완화 현상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만 하더라도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주요 선진국들의 과도한 부채공급과 저금리 정책이 불러온 부메랑이라고 할 수 있다.

먼 길을 가려면 몸이 가벼워야 하는 것처럼, 경기가 장기적으로 살아나고 유지되려면 지구경제는 무엇보다 안정된 물가와 자금 사정, 지속적이고 적절한 투자와 생산 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중국이나 인도 등 거대한 나라들조차도 경기가 조금만 살아나려고 하면 국경을 넘는 금융투자 자금들이 먼저 증시나 부동산 시장에 들어와서 가격을 올려놓아, 그 나라가 실물경기를 안정화 시키며 국내경기를 견조한 장기상승 구조로 만들기 어렵게 한다.

요즈음 국가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절제 있는 돈의 사용, 생산의 조절, 소비의 현명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마냥 돈의 힘으로만 가려는 기차는 수시로 나타나는 엔진 과열로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고 말 것이다.

경기에 사이클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경제 흐름을 조금만 이해해도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고, 빚을 내어 투자하고 소비하는 레버리지에 의한 투기적 의사결정이 많아지면서 그런 행동은 아주 위험한 노릇이 되고 말았다.

또 어떤 경우는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당연히 필요하거나 예상됨직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2012년 들어 미국의 태도가 그런 일중의 하나로 보인다. 연초부터 미국은 미세하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고용사정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이 이쯤 되면 만일 과거의 그린스펀 같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장이라면 금리를 올리거나 금융기관의 신용회복을 위해 경영개선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그동안 마치 융단폭격처럼 쏟아 부은 막대한 유동성이 물가나 투기를 부추기지 않고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연준위를 맡고 있는 버냉키 의장은 당분 출구전략, 즉 돈을 적절히 회수하는 일은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왕에 살아나고 있는 경기를 조금 더 밀어주면 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금융투자시장 곳곳에는 정책효과 위에 기생하는 투기자들이 있어서 순수한 정책의 발상을 무색케 하기도 한다.

아마도 지금 국제 유동성이란 정보를 들먹이며 주식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류의 사람들이다.

수요를 부추기기 보다는 물가안정이 더 긴요하고, 자산 가격을 회복시키기 보다는 투자자의 재무적 건전성이 더욱 중요하게 확보돼야만 멀리 가고 오래 가는 경기회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또 다시 투기자들을 위해 판을 벌려주는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물투자가 일어나 기업의 생산이 살아나고 고용이 일어나려면 원가를 안정시켜줘야 하는데, 지금의 국제원자재 가격은 도대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원자재 가격이란 인류가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가급적 안정을 유지하도록 협력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 그렇다. 기왕에 대외여건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생산원가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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