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국주(國酒)
<월요논단> 국주(國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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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14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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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북촌음식문화포럼 대표
前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술은 원시시대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한 음료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술이 있었을까? 이는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신화나 고서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고삼국사기⟫<제왕운기>편에서 동명성왕의 건국신화. 예, 부여, 진한, 마한, 고구려의 제천 행사 등에서 술의 존재가 뒷받침되고 <삼국사기> 고구려조에 고구려 건국 초기에 주조기술(酒造技術)이 뛰어나 중국인들 사이에 주목을 받기도 한 기록도 있다.

이때 이미 우리나라는 누룩과 엿기름으로 술을 빚고 있었는데 일본 <고사기(古事記)> 기록에 의하면 인번(仁番)이 술 빚는 법을 일본에 알려줘 후세에 주신으로 추앙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주서(周書)>에 의하면 삼국시대 후기의 주(酒)와 예(醴)=감주를 빚는 기술이 백제와 중국이 대등하여 누룩을 이용해 청주, 탁주, 그리고 엿기름 또는 누룩을 이용하여 감주가 빚어지고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고구려의 양조기술을 이어받은 낙랑주는 신라에서 <신라주>를 탄생시켜, 신라와 고구려의 청주가 중국으로 전해져 중국의 곡아주(曲阿酒)를 생산하게 되어 당(唐)대의 문사(文士)들 사이에 애용되고 있었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양조곡주들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상류사회에서는 청주류의 이용이 성행되고 간장, 된장, 젓갈과 함께 양념으로 감주와 술이 이미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전기에는 주류 양조 기술이 더욱 발달되면서 청주류, 탁주류, 중양주류, 재주류(막걸리), 감주 등의 양조기술이 중양주법(重釀酒法)을, 과실과 약재를 섞은 혼양주법과 약재혼양조법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재제주류(再製酒類)인 자주류 양조기술이 정착되고 있다.

누룩도 밀누룩 위주에서 쌀누룩이 개발되어 우리나라 고유의 특급 탁주류인 이화주가 이 때 정착을 보인다. 이 때 삼중양조법을 바탕으로 한 삼해주, 춘주 등이 등장한다.

고려조의 곡주 양조기술이 발달된 데는 국내적 안정과 국력신장에 의한 대외적 접촉이 활발해 외부로부터의 북방에서 유명청주 및 약용자주의 유입, 남만계로부터는 화주라는 과실주 문화의 유입이 있었고 후기에 이르러서는 몽고로부터 마유주 문화를 수용하고 원나라를 통해 포도주문화와 함께 특급 청주류 등의 유입과 원의 증류주 문화가 흘러들어 오면서 일차증류주인 노주와 홍로가 만들어지고 재제류의 개발로 2차 증류주인 감홍로가 생산된다.

조선조에 이르러는 양조기술이 고급화되면서 중양주 위주의 술이 빚어지고 재료 또한 갱미(멥쌀)에서 점미(찹쌀)의 이용이 증가한다.
고려 말엽에서 정착된 증류주는 조선조 세종代에 이르러 노주 문화가 국제화 단계로까지 발전해 일본, 중국 등으로 소주의 수출과 기술이전이 함께 이루어진다.

증류법을 이용한 주류개발의 전성기를 구가한 조선조 후기에는 환소주류의 고차증류주인 감홍로, 계당주, 그리고 각색 착색물료와 함께 고아낸 소주로 홍로, 황로, 감로류 등이 있었다.

자주류(煮酒類)도 채소를 넣고 중탕하던 방법에서 소주로 전환되어 죽력고, 이강고 등이 탄생한다. 또한 비전되고 있던 향토주들이 전성기를 맞아 서울의 호산춘, 약산춘, 충청의 노산춘, 평안도의 벽향주 등이 탄생한다.

생장로, 인삼로, 박하로, 매화로 등 조선조의 각색⋅각향이 어우러진 재제주류는 서구의 재제주류를 능가하는 풍미주였다. 요즘은 우리의 막걸리가 외국수출의 증가세로 국가의 대표적인 술로 자리매김 하는 듯하다.

중국과 일본에 양조기술과 주류를 수출했던 우리의 그 찬란한 술문화가 1907년의 조선총독부 주세령,1916년 약주⋅소주⋅막걸리로 우리술을 제한시킨 정책은 전래 고급주는 사라지게 했고 독립 후에도 총독부 주세행정이 이어져가며 1965년 1月의 양곡관리법에 의해 증류식 소주에서 희석식 소주로 전환되어 우리의 전래 술은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고려의 학자요 문필가인 동시에 당대의 주성(酒聖)이었던 이규보는 우리의 술을 다음과 같이 9품으로 나누었다.

•성(聖)-청주
•현(賢)-탁주
•익(䣧)-색주, 과실주
•두(酘)-중량주, 덧빚은 술, 삼해주
•앙(醠)-막걸리(사주)
•람(醂)-과일주
•동(酮)-쓴술, 상한술
•만(䤍)-골마지낀 술
•염(醶)-산패주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브랜드로 내놓을 수 있는 국주를 9품 중 무엇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고종 19년 2월에 한미통상조약 체결시 전통주 ‘이강고’를 제공해 미국과 청국 대표에게 극찬을 받았던 그 자긍심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우리는 지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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