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 주변과 피아노거리가 조성된 관철동 일대에는 패밀리레스토랑, 대형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등 이른바 글로벌 외식브랜드를 필두로 새로운 격전지를 만들며 강북의 얼굴을 강한 화장 발로 강남형으로 변장시키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성형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 복원된 청계천과 이 지역 상권의 활성화는 외식업체들에게 매월 10% 이상의 매출 상승을 선물로 줬지만 이를 넘는 수준의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담 또한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유경쟁의 시장논리로 볼 때 지역 개발로 인한 부동산, 임대료 상승의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관철동 지역은 청계천 복원 이전에도 외식업소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곳으로 6개월이 유통기간이라는 공공연하고 암묵적인 소문이 진실인 곳이기도 했다.
이렇게 치열한 곳에서 나름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구축하며 7년간 영업을 한 모 업체가 지난달 말로 문을 닫았다.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 매장 앞에서는 피아노거리 조성을 위한 공사로 일년 내내 고객들의 불편을 샀지만 몇 달만 참으면 몇 배의 보상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애써 참아왔다.
그러나 청계천이 독으로 다가왔다. 유달리 이 자리에 집착을 보여 온 모 대기업이 기존 임대료의 50%를 올려주겠다고 유혹했고 건물주는 7년이라는 ‘의리’보다는 달콤한 사과를 택했다. 너무도 당연히 말이다.
시험에 떨어진 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시험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했을 때라는 것이다.
관철동 이면도로의 경우 1층 30평 기준으로 권리금 5억~6억원, 월세는 2천만~3천만원 수준을 호가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이 있는 대기업들은 청계천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라 이 지역 영세규모 외식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너무도 당연한 시장논리를 내세우기 앞서 대기업이 가져야 할 기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손수진 기자 star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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