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위탁급식시장 ‘밥그릇’ 싸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위탁급식시장 ‘밥그릇’ 싸움
  • 관리자
  • 승인 2012.06.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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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된 국내 위탁급식 시장 해결책 없나?
국내 위탁급식업계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나뉘어 밥그릇 싸움에 한창이다.

학교급식의 위탁 허용, 의료기관 직영식당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직영가산점 제도의 개정 등 업계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재하지만 사분오열에 빠져 업계 간 힘을 합친다는 것조차 벅차 보일 정도다.

현재 국내 위탁급식업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해결책은 없는지를 모색해 본다.

업계 간 ‘갈등의 골’ 왜 깊어졌나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위탁급식업’ 선정을 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위탁급식시장에서 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최근 사회적 시류를 타고 급식업계 간 첨예한 대립이 언론 등을 통해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그간 곪았던 고름이 노골적으로 터진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대기업이 위탁급식사업에 최초로 참여한 것은 1987년도로 현재 아워홈의 모태인 LG유통 FS사업부가 자사 LG트윈타워 사원식당 사업에 진출한 것이 시초다. 이후 1992년 신세계백화점, 1994년 제일제당, 1995년 아라코 등이 잇달아 진출했다.

이후 봇물을 이룬 것은 1997년 IMF시절로 기업들이 경영효율화를 강조하면서 직원 복지차원에서 위탁급식사업에 잇달아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기업 급식사업은 대부분 자사 계열사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에 집중돼 산업체 급식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중소기업과 계약 수주에 따른 마찰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2000년대 초로, 1998년 학교급식이 전면 실시되면서부터다.

당시 교육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학교급식의 전면실시라는 목표아래 학교에 전면급식을 실시하도록 행정지도를 내렸고, 아무런 사전준비 없었던 대다수의 학교들은 행정방침에 따라 위탁급식업체를 끌어들이며 급식소를 운영했다.

하지만 당시 대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 요구에도 불구하고 위생사고 발생 우려 등 사업성 대비 리스크가 큰 학교급식 시장 진출에 주춤했고, 이 시장은 대부분 중소급식 업체들이 잠식했다.

학교급식에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2000년대 초로 CJ프레시웨이가 뛰어들면서부터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CJ프레시웨이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산업체 급식을 운영해 오다 삼성에버랜드가 급식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자리를 빼앗겼고 매출 성장을 위한 대안책으로 학교급식시장에 진출했다”고 한다.

당시 학교 위탁급식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시스템 없이 진출해 운영하다 보니 부실급식 논란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자본력과 시스템을 앞세운 CJ프레시웨이가 등장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후 한화푸디스트, 동원홈푸드 등이 후발주자로 잇달아 학교급식사업에 손을 대면서 대기업의 학교급식 진입이 활성화됐다.

한편 2000년에는 의약분업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들이 속출하면서 IMF시절 산업체들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급식을 아웃소싱했던 것처럼 병원도 위탁급식을 실시, 이 시장에까지 대기업의 참여가 활발해 지면서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마찰은 본격화 된다.

하지만 식자재유통과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은 위탁급식 시장을 잠식했고 현재까지 국내 급식시장은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이씨엠디, 한화푸디스트, 동원홈푸드, 아라코 등 9개사가 국내 위탁급식시장의 67.5%를 점유, 대기업 과점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1천여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은 33%의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면서 대기업들과 극명한 대립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학교급식에 대기업 참여 중소기업 ‘불만’

정부가 주도한 ‘중소급식업계 도산’

대기업들이 학교급식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고조됐지만, 중소기업들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사업을 확대했고 경영을 유지,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대기업 계열사의 급식을 중소기업이 수주 받는 일도 더러 있었던 만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쉬쉬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급식사업 철폐까지 주장하고 나서게 된 데에는 2006년 적용된 학교급식의 직영전환의 여파가 크다. 정부가 2006년 학교급식법을 개정하면서 2010년 1월부터 위탁급식의 직영전환을 의무화 한 것이다.

학교급식 직영화 정책으로 학교급식에 의존하고 있던 대부분의 중소 위탁급식기업들은 잇따라 파산했고, 설상가상으로 2006년 보건복지부가 병원급식 직영식당에 대한 식대 가산지급 정책을 결정함에 따라 병원에서도 중소 위탁급식기업들은 설자리를 잃게 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넘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한편 당시 학교급식 직영화에 이은 병원급식 직영전환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첨예하게 대립하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치기도 했었다.

2006년 3월 급식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사)한국급식협회를 발족하고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었다.

협회 출범취지는 좋았지만 회원사간 매출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면서 사업방향에 의견 충돌이 잦았고, 결국 출범 2년만인 2008년 3월 2대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회원 간 소송을 벌이는 등 불협화음을 겪으며 협회의 기능은 유명무실화 됐고 현재까지 그 앙금이 이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 급식업계의 도산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IMF이후 실업자들이 대거 은퇴했을 당시 1998년 정부는 학교위탁급식 시장을 열어줬고 소상공인들이 생존을 위해 학교급식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함에 따라 당시 위탁급식사업을 시작했던 중소기업들은 도산위기에 몰려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기업 급식사업 하지 마라”

대기업의 급식사업 진출과 관련 중소기업들이 적극 대응하고 나서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음식·숙박·소매업 등 생계형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소급식기업들은 사회적인 시류에 맞춰 생존을 위한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반영하듯 지난 3월 21일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서 대기업을 제외시켰다. 정부는 계약이 만료되는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은 향후 중소기업에게만 운영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는 7월 1일부터는 행정도시인 세종시가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하면서 공공기관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의 최근 분위기는 매우 고조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단체급식업의 중소기업 고유 업종 포함을 이번 정부에서 꼭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다.

중소기업들은 일일 1천식 이하, 연매출 10억원 미만, 1식 3500원 미만의 시장에는 대기업 참여가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대기업들은 대자본이 투자되는 식재료 유통을 통해 마진을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이를 중소기업들이 쓰는 방식으로 급식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상공인들은 “단체급식업은 중소업체에게 맡기고 대기업은 식자재 유통 시장에 주력해야 한다”며 “계열사 급식시장이 막대한 만큼 대기업들의 1천식 미만 시장 진출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대기업 “학교급식 위탁급식 허용이 궁극적인 대안”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대기업 제외 및 중소기업의 위탁급식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 주장에 대해 대기업들은 씁쓸하지만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식자재유통마저 중소기업 적합품목에 넣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면서 위탁급식대기업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대기업들은 최근 정부가 공기업 위탁급식의 대기업 퇴출 등 시장에 칸막이를 쳐주는 보호정책만으로는 중소기업 활성화에 근본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7조원 규모의 국내 급식시장에서 관공서 위탁급식 시장은 6% 수준으로, 정부는 관공서 시장을 소상공인들에게 당근책으로 제공했지만 정작 공기업 입찰 자격 평가제 등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그나마 중견기업들이 이를 흡수해 중소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공기업 입찰 제한에서 자회사 급식비중이 적은 동원홈푸드와 아라코, 이씨엠디 등은 제외되면서 최근 공기업 위탁급식 입찰에 이들 중견기업들이 참가, 대부분 계약을 수주했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대기업의 위탁급식 사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주된 사업영역이었던 학교급식의 직영화에 따른 급식수 감소에 무게를 실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중소급식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정부가 주도한 학교급식 직영을 위탁으로 전환시켜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고교급식이 1조5천억원, 군대급식이 2조원(65만여명), 교도소 등 교정시설 급식이 1천억원(3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직영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급식시설을 중소기업에 개방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소기업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직영급식시장 규모를 어림 추산해도 3조6천억원인 만큼 중소급식업계로서는 상당이 큰 파이일수 있다. 사실상 입찰경쟁에서 중견기업과 승산이 떨어지는 만큼 이 같은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학교, 군대, 교정시설 등의 급식을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민간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최근 급식시장에서 입찰 평가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금 중소기업들의 설자리가 사실상 좁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대기업을 배제시키려는 노력보다 이같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해줘 급식시장 전반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우리는 급식 전문기업”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라코, 이씨엠디, 동원홈푸드 등 최근 공기업 입찰 허용을 받은 중견기업들도 중소기업 눈치를 보긴 마찬가지다.

일단 공기업 입찰제한에서는 자회사 급식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제외됐지만 중소기업들이 연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은 대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견기업들은 “국내 대부분의 급식대기업들은 계열사 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크다”며 “중견기업의 계열사 급식업장의 운영비율을 살펴보면 동원홈푸드가 1%, 이씨엠디가 1%를 차지하는 등 그 수준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들은 급식전문회사로 봐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동원홈푸드(연매출 4천억원 수준), 이씨엠디(4천억원), 아라코(950억원) 등은 매출이 높고 자사 계열사로 대기업을 두고 있는 등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크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중소위탁급식 관계자들은 “중견기업을 포함해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은 해외진출을 비롯해 자신들이 더욱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 평균 200식 시장마저도 대기업이 잠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식재료 유통과 해외진출로 선진 급식사업 모델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이러한 바탕에서 시너지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장유진 기자 yujin78@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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