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韓食)의 본류를 찾아서
한식(韓食)의 본류를 찾아서
  • 관리자
  • 승인 2012.07.1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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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를 위한 열기가 뜨겁다. 겨울연가로 뜨거워진 한류열풍을 따라 한국의 음식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려는 문화영토시대의 절묘한 국가발전 전략이다. 비빔밥을 뉴욕 거리에서 맛보이고 떡볶이가 포장되어 세계 각 나라로 팔리고 있다. 비빔밥, 쌈밥 등이 국제선 기내식사로 제공되어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식을 접해보고 있다.

한식을 처음 맛본 외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은 중국음식이나 일본음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흔히들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인접해 있으므로 음식도 그 중간에 끼인 비슷한 맛 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그 차이를 발견하고는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국음식은 기본적으로 기름에 들들볶는 조리법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일본음식은 ‘사시미’와 ‘스시’로 알려진 날생선 요리를 떠오르게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음식은 밥을 짓고 국이나 찌개, 탕(삼계탕, 설렁탕 등)을 끓여먹는 조리법이 특징이다. 이 독특한 한국의 음식문화가 기원전 6천년 전후에 시작된 원시토기문화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우리나라 음식문화사 연구에는 두 갈래의 큰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일본의 식문화사 연구에 영향을 받은 학자들로 일본인의 눈으로 본 동아시아 식품사에 근거하여 우리 식품사를 기술해 왔다. 다른 하나는 한학(漢學)을 기초로 하여 중국의 문헌과 우리의 고문헌을 통해 우리 식품사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주로 중국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식품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 고구려조에 쓰인 글을 인용하여 고구려 사람들은 발효식품을 잘 만들었다거나, 삼국사기 신라본기 신문왕 3년(서기683년)의 기록에서 장과 시(메주)가 처음 나온다하여 이때를 장을 먹기 시작한 때로 잘못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음식의 기원을 찾으려면 역사시대 이전의 고대사를 연구해야한다. 최근 고고학분야의 연구 성과는 한식의 고대사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동북아 구석기말(BC8000)에서 신석기초(BC3000)의 유적에서 발견되는 원시 토기조각들을 복원하고 그 형태와 제작연대를 유추한다. 이들 초기의 원시토기들은 주로 한반도 남해안과 일본 규슈 북단, 즉 대한해협(Korea Strait) 연안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기원전 6000년경에는 한반도 전체와 일본 남부 전역에서 토기가 이용된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러한 토기의 사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고학자들은 그 용도를 음식을 끓이는 솥(뚝배기, vessel), 발효용 항아리(croak), 곡물저장용 독(jar)으로 구분한다.

토기를 사용함으로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젖은 음식을 끓이거나 오랫동안 담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해변가에서 채집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토기에다 젖은 음식을 끓일 수 있게 되면서 바닷물에 해산물과 채소, 낱알 등을 넣고 끓였을 것이며 이것은 오늘날의 찌개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개울이나 우물에서 퍼온 민물에 낱알을 넣고 끓임으로서 밥을 지었을 것이다. 토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서양 사람들은 구석기시대의 전통에 따라 빵을 굽거나 고기를 구워먹는(roasting) 방법을 계속 사용하게 되고, 한반도에서는 토기를 사용함으로서 밥을 짓고 찌개를 끓여 먹는(boiling) 방법이 정착된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구석기말에 토기를 사용한 것은 한국인의 식습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화사적 의미를 가지며 이 시기를 원시토기문화시대로 규정하여 우리나라 음식문화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이철호; 동북아 원시토기문화시대의 식품사적 중요성, 민족문화연구, 32권, 325-357(1999) 참조) 한반도의 원시토기문화는 신석기 농업시대가 시작될 때까지 이 지역 주민의 생활방식이었으며,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훨씬 늦은 시기인 기원전 3000년경에야 농업시대로 들어간 것은 어업을 근간으로 하는 원시토기문화에 의한 식량 공급이 비교적 원활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 된다.

지금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특히 생선을 많이 먹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초(김, 미역)를 즐겨먹고 있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투박한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는 찌개를 밥상에 올려놓고 먹는 한국인의 유별난 식습관도 원시토기문화시대의 산물이다. 기원전 6천년의 이집트 피라미드에 새겨진 빵굽기 벽화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원시 토기조각에는 그 시대에 있었던 한식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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