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주도(酒道)
[월요논단] 주도(酒道)
  • 관리자
  • 승인 2012.07.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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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북촌음식문화포럼 대표
前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최근 영국 주류 전문지 ‘드링크스 인터내셔널’이 국제시장 조사기관인 ‘유로 모니터’와 함께 세계 180개 증류주 브랜드의 지난해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주 판매량이 보드카, 위스키, 럼을 제치고 세계 증류주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이후 12년간 이 자리를 고수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또한 이 기사에서 세계 보건기구가 2005년 188개 회원국에서 소비된 술의 알코올 량을 조사하니 한국이 세계 13위였고 증류주를 통해 마시는 양은 세계 1위로 우리나라 성인 598만명이 매일 술을 마신다는 결과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술을 마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농경문화권이었던 고대 제천의식에서부터 삼국,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례에는 빠짐 없이 술을 하늘에 바쳤고, 제사 후 음복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일심동체의 화합의 제장(祭場)을 마련하는 의례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술을 가장 고귀한 음식으로 인식했고, 이 술을 담는 그릇도 중시하여 특별하게 제작하였다.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도포(陶匏)가 출토되었고, 혼례때 합근례때 쓰이는 은을 입힌 합근박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또 조선조에는 관아마다 특정의 고유한 대폿잔이 하나씩 있어 새로운 관원이 오거나 공회(公會·공동체 회의)가 끝나면 이 잔으로 술을 마시는 관속(官俗)이 있었는데 사헌부의 대폿잔은 아란배라 하였고, 교서관의 잔은 홍도배, 예문관의 잔은 장미배, 성균관의 것은 벽송배라 하였다는 기록이 ‘용재총화 제1권’에 있다. ‘해동잡록 3권’에는 관아가 아닌 여염에서도 풍류의 결사(結社)나 시사(詩社), 곗군들이 모이면 우의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넓은 연잎으로 잔을 만들어 두어 되쯤 되는 술을 붓고 연줄기에 구멍을 뚫어 연줄기를 굽혀 돌려가며 마시는 연종음(蓮種飮)을 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 음주문화의 풍류는 상하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시려면 잔이 커야 했기에 바가지를 술잔으로 이용해 일명 술을 큰 바가지라는 뜻의 대포(大匏)라고도 한다. 이 대포 문화는 우리 역사상 조직력과 결속력으로 강하게 뭉친 대포지교(大匏之交)라 지칭했던 보부상들에게서 활성화되어 근대까지 계승되어 오면서 우리 음주 문화의 뿌리를 이룬 것이다.

술은 이성을 잃어 사람을 미치게 하는 광약(狂藥)일 수도 있고 백약의 으뜸이 되는 선약(仙藥)일 수도 있다.

옛 우리선조는 술 마시는 예절을 소학(小學)에서 가르치며 어려서부터 주도를 익히게 했고 술 먹을 때 노래와 춤, 시조를 곁들임으로써 취흥이 주는 맛과 함께 운치를 돋우고 풍류로 승화시킨 멋을 즐겼다. 『고려도경』 ‘향음조’에도 고려에서는 주례를 매우 중하게 여겼다고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은 주나라 예법인 주례를 정리해 향교나 서원에서 교과목으로 가르치게 했던 관례·혼례·상례·제례·상견례·향음주례 등 6례(六禮) 중 하나인 ‘향음주례’를 통해 어른에 대한 음식공양과 술 마시는 예의를 익히게 하였다.

그러나 한편 술에 의한 폐해도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신라 벌휴왕 3년에 시장거리에 술주정하는 행위를, 고구려 안원왕 2년에는 흉년이 들자 사원에서의 양조를 금지하는 등의 금주법이 발령되고 고려조에서도 때로 금주령이 내려졌으며 조선조 태종 원년에 왕 스스로 금주하여 백성들의 비밀음주를 금지시키려 하기도 했으며 세종 15년에는 계주교서(戒酒 敎書)를 반포해 술의 화를 방비하려 하였다.

작금 신문기사를 보면 공무집행 방해범 10명 중 7명이 술로 인한 것이었고 2007년 이후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5대 범죄가 약 30%의 술 취한 사람에 의한 범행이었다고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9년 조사에 의하면 흡연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일년에 5조6396억원인데 비해 음주로 인한 비용은 18조9839억원으로 음주에 의한 피해가 3배가 넘는다고 했다. 술이 광약이 된 것이다.

국가는 주폭에 의한 공권력의 상실을 회복하기 위한 법적 조치와 함께 절주 캠페인을 주도하고, 학교와 가정에서 술 예절을 일찍이 가르쳐 주도를 익히게 하고, 외식업계에서도 앞장서 1인당 판매주량을 제한하는 음주 절제운동 등 사회적 운동에 앞장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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