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最古)이면서 최고(最高)의 식당이길
최고(最古)이면서 최고(最高)의 식당이길
  • 관리자
  • 승인 2012.08.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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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재단이 지난달 개업한지 50년 이상 또는 3대 이상 대물림해 온 한식당을 한데 묶어 발간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이 미식가들은 물론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오래된 음식점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은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음식은 곧 한 나라의 역사이자 문화, 생활사다.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가 어떠한 굴곡을 거쳐 왔는지, 왜 그러한 음식과 조리법이 발달했는지, 국민의 생활상은 어떠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의 깊은 맛은 역사와 함께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에 수록된 50년 이상 된 한식당을 돌아보면 세월만큼이나 음식의 맛에 깊이가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가지고 있었을지언정 음식점에 대한 자부심 혹은 자존감은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을 운영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터부시 해왔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 식당을 운영했다는 이력을 숨기는 사례도 있었다.

굶주림 벗어나기 위한 수단 ‘식당업’

필자는 25년 전부터 전국의 오래된 음식점 경영주들을 수없이 만나고 취재를 한 바 있다. 이들에게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이야기를 듣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남원 추어탕의 효시인 ‘새집’의 서삼례 할머니, 속초순두부 원조집인 ‘김종애 순두부집’의 김종애 할머니, 안성국밥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안성 ‘안일옥’의 이양귀비 할머니 등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분들이다.

이들이 음식점을 하게 된 동기는 거의 모두가 어려운 가정을 꾸려나가고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식당을 차릴 돈이 없어 남의 집 처마나 담장 밑에서 혹은 시장 한 귀퉁이에서 솥단지를 걸고 테이블은커녕 널빤지를 펴놓고 의자도 없이 장사를 시작했다. 이런 분들에게 음식점을 열었던 정확한 시기를 물어보면 대충 자식이 몇 살 때라고 하거나 5.16 이후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설악산에 국토개발단이 들어오던 시절이라는 등 당시에 인상적인 사건을 예로 들고는 했다.

또 당시는 식당 영업 허가를 정식으로 내고 영업하는 곳이 드물었던 격변의 시기였기에 식당의 오픈 시기를 기록이나 문서상으로 근거를 제시하기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대략적인 시기나 역사적인 배경을 중심으로 창업 시기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17년 전부터 매년 1~2회 방문해 이제는 매우 친해진 3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오쯔(大津)의 소바 전문점 ‘쭈루기 소바(鶴喜そば)’도 정확히 개업한 연도를 몰라 310여 년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동경 니시아자부에 위치한 장어 전문점 ‘노다이와(野田岩)’ 역시 정확한 개업연도를 몰라 200여년 전 창업해 5대째 이어오고 있다고 술회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점을 개업한지 오래되면 될수록 세금이 높아져 폐업 신고를 한 후 명의를 바꿔 새롭게 개업한 것처럼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모자 바꿔 쓴다’고 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기존의 영업허가증 혹은 사업자등록증을 보관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국내 음식점의 역사 만들기 첫걸음

이번에 한식재단이 발행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은 제대로 된 기록 하나 찾기 힘든 상황에서 50년 이상 혹은 100여 년에 이르는 스토리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하겠다.

출생연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 많은 노인처럼 간혹 정확한 개업년도조차 모르지만 이를 첫걸음으로 국내의 음식점도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는 매우 크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외식업 종사자들에게 음식점 경영이 역사와 문화를 전수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인식시키고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는 자국의 음식발전에 기여한 외국인 조리사들에게 훈장까지 수여하면서 자국 음식에 대한 자존감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국내에도 힐튼호텔의 박효남 조리이사 등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조리사가 여럿 있다. 음식은 문화이다. 따라서 음식만큼 문화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는 없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국가는 찬란한 문화와 자긍심을 자랑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음식의 맛도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야 한다. 그저 오래된 음식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명세를 탄다면 사랑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고(最古)와 함께 최고(最高)가 되는 음식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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