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 폭등에 소비자물가 휘청
곡물가격 폭등에 소비자물가 휘청
  • 김상우
  • 승인 2012.08.20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곡물값 대안마련 시급하다”
이모작·해외농업개발 등 자구책 실행해야
최근 라면과 사이다, 콜라, 맥주, 햇반 등 주요 가공식품들이 7월을 기점으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국제곡물가와 국제유가의 상승 여파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 해명하지만 시민단체 및 여러 언론매체들은 정부의 임기 말 레임덕에 편승한 계획된 꼼수가 아니냔 지적이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물가억제정책에 따른 손실은 생각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건 너무하다는 하소연이다.

●세계를 휩쓴 이상기후
최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이상기후로 인한 식재료 파동을 눈여겨본다면 업체들의 주장이 마냥 억지만은 아니다. 지난 9일 유엔 산하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가격의 급등으로 7월 국제 식량가격이 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FAO는 미국과 러시아, 호주, 브라질 등 주요 식량생산국들이 이상기후로 엄청난 흉작을 맞은데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구촌 경제를 뒤흔든 것이 가격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FAO는 “미국 중부지역의 극심한 가뭄은 옥수수 가격을 23%나 급등시켜 전체 식량가격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FAO의 발표를 신속히 보도하면서 5년 전에 겪었던 식량위기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던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는 내년 식품가격이 최대 4%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캐나다 주요 언론들은 대표 식품업체인 팀호튼이 얼마 전 머핀과 샌드위치 가격을 각각 5센트, 10센트를 인상한 소식을 전하면서 다른 대형업체들도 조만간 가격인상에 동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FAO는 지난달 12일 ‘농업전망 2012~2021’ 보고서를 통해 “국제곡물 가격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2021년까지 1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암울한 예측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곡물가 급등은 악순환의 고리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국내에서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배포한 ‘국내·외 경제동향’ 참고자료에 따르면 국제곡물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3~11개월의 시차를 두고 0.07%~0.21%포인트 오른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밀과 옥수수, 콩 등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주요곡물들이 지난 6월 이후 30%이상 급등한 것을 감안할 때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대 0.63%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가공식품 5~10개월, 외식비 4~8개월, 축산물 10~20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업체들도 대부분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식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식품과 석유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 소비자물가 구조상 이번 곡물 가격의 급등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조한 식량자급률, 해답은 없나?
우리나라가 국제곡물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국내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다는 근본적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27% 안팎의 식량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쌀만 100% 자급할 뿐 매년 소비가 늘어가는 밀과 옥수수, 콩의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1%, 0.8%, 6.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식량자급률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신동화식품연구소의 신동화 소장은 “자국 내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자체방안 모색과 해외농업개발의 두 가지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휴경지에 밀을 심는 것과 이모작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 과실류보단 곡물을 심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식량자급률이 지금보다 10%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일본의 경우 중국과 같은 넓은 영토의 국가에 곡물을 직접 생산해 가져오는 해외농업개발로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를 이용한 해외농업개발에 적극 뛰어들어야하며,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 안보용 곡물을 비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제곡물시장은 주요곡물수출국이 좌지우지하는 과점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밀 역시 미국, 캐나다,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수출국을 통해 과반 이상이 들어온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가 이상기후 여파로 자국 식량수급이 불안정해지자 곡물수출물량을 크게 감소시켜 국제곡물가격을 급등시킨 사례는 식량문제의 중요성을 엿보게 한다.
김상우 기자 ksw@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