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오덕군자(五德君子)
<월요논단> 오덕군자(五德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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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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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북촌음식문화포럼 대표
금세기에 들어 음식이 지닌 효능과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웰빙열풍이 불어 발효식품이 뜨고 있다. 발효 종주국이라 일컫는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서 한 몫을 하고 있다. 조선조 말기 실학자 유중림은 그의 저서 ‘증보삼림 경제’에서 “장은 백미(百味)의 으뜸이니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찬과 아름다운 고기가 있다 할지라도 좋고 맛있는 찬을 마련하기 어렵고, 특히 가난한 자는 고기를 얻기 어려워도 좋은 장이 있으면 밥반찬에 가희 염려 없으니 가장된 자는 반드시 먼저 장담그기를 유념할 것이며 해를 묵혀가며 장을 먹을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니라” 하였다.

장류는 우리 음식맛의 바탕인 동시에 건강의 원천이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동의보감’에 콩은 “위, 장을 덥게 하고 오래 먹으면 체중이 는다” 하였고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곡식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주장을 삼는다면 콩의 힘이 가장 큰 것이다”고 하였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콩을 단백질 급원으로 썼을 뿐 아니라 콩으로 만드는 장류는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유효성분이 생성돼 우리 선조들은 장을 건강을 유지하는 근원 식품으로 삼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은 콩으로만 만드는데 이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반도와 연해주 일원이 콩의 채집과 재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콩재배는 많은 문헌과 고고학적 자료, 유전학적 고증을 통해 4000여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600~700년 전부터 청동시대 이래 콩의 식용 및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삼국시대에서도 콩은 벼 다음으로 중요한 작물이었다.

‘삼국사기’에 기루왕 23년(AD 99)에 “8월에 서리가 내려 콩이 죽었다”는 기록에서 농정에 콩 재배 관심이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콩이 중국으로 건너간 사실은 중국의 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에 “황고려두, 흑고려두, 제비콩, 백편 등은 대두류이다”라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육종이 뛰어났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당나라 단성식이 펴낸 ‘유양잡조’에는 “낙랑에는 협검두라는 것이 있고 이를 도두(작두콩)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어 삼국시대에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황두, 흑두, 백두, 도두 등이 있고 외국에 재배될 정도로 양산화 됐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에 전국적으로 장류를 비롯한 발효음식이 있었음은 중국의 ‘삼국지’에서 고구려의 장양술, ‘주서’에서 백제의 찬품, ‘수서’에서 신라의 생활 풍속 기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국시대의 장은 식용뿐 아니라 의료용으로도 이용됐던 사실이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고 고려 시대에도 ‘향약 구급방’을 통해 어린이 임질, 어육회의 체기 해소, 눈에 들어간 불순물 제거, 입술의 종기 치료 등에 이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된장은 예로부터 오덕(五德)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맛과 섞여도 항상 제 맛을 잃지 않는다 하여 단심(丹心)을 제일덕으로,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 하여 항심(恒心)을 제이덕으로,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준다 하여 불심(佛心)을 제삼덕으로, 매운맛을 부드럽게 한다 하여 선심(善心)을 제사덕으로,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룬다 하여 화심(和心)을 제오덕으로 하여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중국 ‘당서(唐書)’에는 “발해 책성 지방의 유명 물산으로 시(豉)를 거론하며 된장 주산지로 당나라 사람들이 주목했던 장”, ‘일본 식물사’에는 “일본의 미소는 8~9세기경 한국의 말장(末醬)에서 유래됐고 말장의 음을 따 미소 또는 고려장이라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보고들에 의하면 간장, 된장류 중에는 항암 효능을 비롯하여 활성산소 소거작용, 혈암 강화작용, 동맥경화 억제작용, 혈전 용해작용, 면역 증강효과, 혈당 강화작용, 골다공증 예방 효과 등이 있는 기능성 물질이 밝혀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식품인 고추장에는 항균작용, 항변 이원성, 체지방 축적 억제기능, 항산화 작용, 진통작용, 항 스트레스작용, 발한작용의 기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나라 전통 장류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발효식품이 웰빙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르는 현시점에서 국가는 우리 맛의 근원이요 건강의 디딤목이었던 오덕군자의 문화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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