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동이족(東夷族)과 콩
<월요논단> 동이족(東夷族)과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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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0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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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식물학자들이 식물의 원산지를 판단할 때 야생종이 많이 발견되는 곳을 원산지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야에는 나뭇가지를 감고 올라가는 야생콩 줄기가 지천에 깔려있다. 그래서 한반도와 남만주를 콩의 원산지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따라서 이 지역에 살던 동이족이 인류역사상 가장 먼저 콩을 식용으로 사용한 민족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가진다.

고고학자들은 콩의 재배연한을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으로 보고 있으며 한반도에서는 청동기 전후의 유적지에서 탄화콩이 출토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박물관에는 팔당 수몰지구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토기조각에 콩이 박혔던 자국이 있는 유물이 전시되어있다.

백두산을 중심으로한 남만주와 한반도에 북부 유목민들이 농경정착을 시작한 신석기시대에 콩의 경작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청동기시대에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콩의 식용이 보편화된 것으로 본다. 이 시기에는 콩의 발효기술도 발전하여 장류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 한국음식의 대표적인 요리로 내놓는 불고기는 쇠고기를 간장에 버무려 익힌 것으로 유목민족의 육식문화가 토착민의 두장문화와 결합한 상징성이 있는 음식이어서 흥미를 더해준다.

콩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콩에는 트립신 저해인자가 있어 날콩을 먹으면 심한 설사를 일으킨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콩을 먹을 수 없는 독초로 여겼을 것이다. 콩을 물에 불려 충분히 삶으면 트립신 저해인자가 없어지고 소화가 잘되어 좋은 단백질 급원이 된다.

동물을 사냥해서 단백질을 공급받던 사람들에게 콩을 재배하여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는 방법은 오늘날 컴퓨터를 발명한 것 이상으로 커다란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토기를 이용하여 끓여 먹는 조리법을 발전시킨 한반도의 원시토기문화시대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콩을 먹게 되면서 이 지역 동이족의 영양 상태는 크게 좋아져 기골이 장대하여지고 수명이 늘어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강대한 부족국가를 형성하게 된다. 동이족(東夷族)의 한자(漢字) 풀이를 보면 ‘동쪽의 큰 활을 메고다니는 민족’ 이라는 뜻이다. 언제부터 이(夷)를 오랑캐로 해석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설문(說文, AD100)에 의하면 원래 뜻은 큰 활을 메고 다니는 사람이다. 칼과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던 주변 부족에게 활은 총기와 같은 선진 무기였을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형성기(기원전 3천년 전후)에 동북아에는 세 개의 거대 민족이 있었다고 한다. 남만주, 요동반도와 한반도에 자리한 동이족, 황하 서북지역의 하화족(夏華族), 그리고 남방의 묘만족(猫蠻族)으로, 중국의 신화와 전설은 이들 세 민족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역사를 구전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한단고기(桓檀古記)는 이들 민족 중에서 동이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동이족이 동북아 국가형성기를 주도한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삼황오제 신화는 요순시대를 지나 하(夏), 은(殷), 주(周)로 이어져 문자가 만들어진 기원전 1천년경의 주나라 역사시대로 들어온다. 불행하게도 신화와 초기 역사는 정권을 잡은 엘리트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 많아 진실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양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콩의 식용은 동이족이 문화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이 지역의 패권자로 군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고대사에서 동이족은 한족(漢族)과 대등한 세력을 행사하였던 거대 민족으로 중국문명의 이른 시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여러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원(字源)에는 후당서를 인용하여 동이인은 중원지방에 먼저 살던 토착민으로 온후한 덕성과 도리를 분별하는 문화인으로 기술하고 있다.

일부 고대사 학자들은 은(殷)나라를 동이족이 건설한 초기 부족국가로 보고 있다. 한서지리지에는 동이를 천성이 유순하여 주변의 오랑캐들과는 다르다고 기재하고 있다. 타 민족을 오랑캐로 폄하하고 자만심이 강한 중국인들의 표현으로는 이례적인 것이다.
콩을 먹음으로 해서 동북아의 맹주가 되었던 우리 민족에게 콩은 여전히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으로 반드시 자급해야 하는 한국인의 기본 식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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