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비빔밥·김치의 한자표기 유래와 그 오류들
<식품칼럼>비빔밥·김치의 한자표기 유래와 그 오류들
  • 관리자
  • 승인 2012.10.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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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한자어는 우리말을 빌어 표기했을 뿐이다

모든 인류와 언어 역사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은 사물이 먼저 있었고, 그 사물에 대한 이름이 지어지고, 그리고 한참 후 그 사물에 대한 표기가 있었다.

인류 역사 이전의 수십억 년의 지구를 역사적으로 볼 때 광물이 먼저 있었고 식물이 있었으며, 그 다음이 동물이 있었던 것이다. 3억~5억년의 인류의 역사도 불과 몇천년 전에 기록의 역사가 시작된다.

따라서 엄격하게 보면 기록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로 볼 때는 100분의 1도 안되고, 인류의 역사로 보아도 10분의 1도 되지 않은 역사임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식품 역사학자나 식문화를 한다는 사람들, 소위 글(한자)을 안다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범하는 오류가 있다. 인류의 역사 더 나아가서는 지구의 역사를 그 짧은 한자(漢文) 기록에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서는 한자의 기록이 전부인양 왜곡하는 학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구상에 고추라는 식물의 탄생은 수십억년 전에 일이고 수억년을 통하여 변이가 발생하여 다양한 종류로 발전하였으며, 인류의 탄생이전에 다양한 대륙에 전파되었고, 고추의 전파나 이동은 수억년 전부터 사람이 아닌 조류에 의한 이동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Nature 2001), 즉 우리나라 고추는 멕시코의 고추와 품종도 완전히 다른 고추임에도 불구하고, 고추의 전래가 사람에게만 이루어졌을 것이란 단순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여 아무런 근거 없는 ‘고추의 임진왜란 일본전래설’을 주장하게되는 크나큰 오류를 범하기도 하였다.

또 하나의 범하는 오류는 우리나라 말이나 구조가 한자와는 완전히 다르고 한글이 창제되기 전에는 한자를 빌어 기록하였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우리말의 근본으로 착각하는 학자들이 있다.

한자로 표기되기 이전의 우리말이나 그 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지도 않으려고 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우리의 뜻이나 얼을 왜곡하고 무시하기 일쑤이다.

최근까지도 한자를 안다는 잘못된 이유만으로 우리말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언문을 연구한다고 무시하고 학문을 하려면 한문을 해야만 하는 풍토가 있었다.

이러한 예를 들면, 비빔밥이라는 것은 오래전 우리민족이 밥을 나물과 고추장을 비벼(고어로는 부뷔어) 먹는 밥으로 소위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백성’들도 그냥 ‘비빕밥(부뷔움밥)’으로 불려왔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비빔밥으로 기록해야 할 필요성(시의전서, 오주연문장전산고)이 있었을 때, 중국에는 없는 음식으로 당연히 한자어에는 없었기 때문에 글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말의 뜻을 살려 부뷔움밥이란 뜻으로 부뷔을골(滑)과 밥반(飯)을 빌어 골동반(滑童飯)으로 기록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몇몇 학자들은 한자(滑童飯)로 기록된 책이 있다고 ‘비빔밥의 어원이 골동반’이라고 버젓이 주장한다.

한자로 표기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으면 이런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할 리가 없을 것인데, 사대주의적 발상과 자기가 한문을 좀 안다는 우월감으로 우리말을 무시하는 발상에서 이러한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김치도 우리나라 김치와 똑같은 김치는 중국에 없다. 그래서 한글이 창제되기 전에는 백성들이 김치 하던 것을 菹(김치 菹)로 표기해왔다.

그 때는 한글이 창제되기 전이니까, 김치의 발음을 정확히 적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짐’, ‘침’, ‘팀’ 등 여러 가지로 불리워졌다. 그래서 모든 책에서 김치를 菹로 기록하는 것으로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 후 한글이 만들어진 후에 백성들이 김치라 부르며, ‘짐’, ‘침’, ‘팀’로 한글로 표기하니 어떤 한문학자는 우리말의 김치의 발음(韻)에도 맞고 뜻도 비슷한 한자어 ‘沈菜’로 차용하여 기록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몇몇 학자가 이를 가지고 ‘김치의 어원은 沈菜이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얼마나 잘못 가고 있는가? 심지어는 자기 논리에 밀리다보니 沈菜 이전의 김치를 표기하는 菹는 김치가 아니라는 허황된 주장을 일삼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김치의 어원은 우리말 김치에 있지 어디 중국에도 없는 한자어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비빔밥이나 김치와 같은 사물은 사물로 표기되기 수백년부터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滑童飯이나 沈菜로 표기된 것도 우리말의 번역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한자는 우리말을 그대로 표기하지 못하였고 한자로 번역되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번역된 한자어를 갖고 우리말의 어원 운운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주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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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요원 2021-06-22 10:15:37
沈菜 침채: 채소를 절이다

이전 한글로 발전하기 전에 불리우던 침채라는 한자가 있습니다. 이것이 16세기를 지나며 발음이 점점 한글화 되어 딤채가 되었고 현재 김치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지요.
엄연히 김치를 한자로 적는다면 파오차이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작년 파오차이가 유네스코에 등록되면서 김치를 중국문화로 흡수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현존하는 한중사전 및 중한사전부터 대대적으로 침채라는 단어를 김치로써 추가 하여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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