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벤조피렌 사건, 후폭풍 ‘일파만파’
농심 벤조피렌 사건, 후폭풍 ‘일파만파’
  • 김상우
  • 승인 2012.11.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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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국회의원 ‘터뜨리기’ 합작품에 농심 수출길 초비상
▶ 중국 상하이 대형마트에서 신라면 판촉 행사가 벌어지는 모습.
농심라면 스프에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사건(본지762호)과 관련해 농심라면 수입국들이 해당 제품의 회수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리는 등 농심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런민왕(人民網)은 국가품질감독검역국이 벤조피렌으로 문제가 된 너구리와 너구리 컵라면, 생생우동 등 농심 6개 제품을 즉각 회수하고 산하 검역기관에 관련 제품이 중국 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검역 강화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 행정원 위생서도 지난 10월 25일 관련 제품의 자발적 회수명령을 내렸으며 실제 까르푸 대만점은 ‘너구리’ 제품을 진열대에서 거둬들였다. 에이마트, 따룬파, PX마트 등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농심의 대만시장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어 홍콩도 입법회 의원이 제품회수를 요청하는 등 리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이번 벤조피렌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급한 제품 회수, 불씨 키웠다

식품업계는 이번 사건을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무책임한 행동이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희성 식약청장은 지난 10월 24일 보건복지부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책을 받고 문제가 된 농심라면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청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보도에 대해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관련 방송보도를 반박한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청이 과학적인 근거를 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놓고 국정감사에서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돌변한 것은 결국 국회의원의 비위를 맞춰주거나 지레 겁을 먹고 꽁무니를 뺀 격”이라면서 “이러한 일관성 없는 행동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고 농심의 해외수출까지 치명타를 주는 등 파문을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식품안전연구원도 지난 10월 29일 의견서를 통해 “농심라면 스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은 조리육류를 가열할 때 발생되는 벤조피렌 노출량보다 1만6천배나 낮은 극히 소량에 불과하다”며 “식약청도 국정감사 이후 제품을 서둘러 회수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식품관계자는 “식약청이나 검찰, 경찰 등 정부기관의 졸속 수사와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이언주 의원의 국정감사용 터뜨리기와 방송사를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합작한 농심죽이기”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만두파동과 비슷한 전개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전 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만두파동과 흡사한 전개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4년에 벌어진 만두파동은 몇몇 중소업체들이 불량 무말랭이를 재료로 사용한 것을 ‘쓰레기 만두’라고 폭로한 경찰관의 잘못된 영웅 심리가 사건을 촉발시켰다.

경찰의 고발 이후 언론의 무차별적인 과장 보도가 속출했으며, 특히 한 방송사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무지 조각과 자투리들을 방송에 노출시키며 실제 사용되는 불량 무말랭이라 거짓 보도해 사건을 부채질했다.

더욱이 한 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는 불량만두 제조업체로 지목돼 파산했고,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당시 해당 만두제조업체 사장은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까지 했다. 이후 법원은 2009년에 와서야 “경찰의 수사가 잘못됐고 상당수의 기업이 불량 무말랭이를 쓴 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만두파동으로 수많은 중소업체가 쓰러진 뒤였으며 피해업체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만두파동의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됐던 식약청도 “식약청이 국가기관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아무리 여론에 떠밀렸어도 조사가 철저히 끝날 때까지 버텼어야 한다”며 “제조업체 발표는 실상 여론에 떠밀려 한 것임을 솔직히 고백한다”고 말해 무리한 수사였음을 공식 시인한 바 있다.

●농심, 피해 크지만 지켜볼 수밖에

농심은 이번 사건을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의 불신 해소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 10월 28일 공식성명을 통해 “아사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일본은 공영방송인 NHK가 소량의 벤조피렌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일본에서는 규제대상으로 지정돼있지 않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 두 번째 수출국인 대만에서는 농심이 대만 정부 공인 검사기관인 화요(華友) 기술연구소에 직접 의뢰해 대만에서 유통 중인 농심제품 3종에서 벤조피렌이 미검출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라면은 세계 80여개 나라에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 국가를 매년 3~5개 정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며 “농심의 해외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4억 달러 정도며 올해는 25% 성장한 5억 달러를 목표로 삼았으나 이번 사건에 해외매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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