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우동 전문점 기소야를 시작으로 대게전문점 코오라, 이자카야 가츠라, 돈가스전문점 사보텐 등 업종별 하나 꼴로 드문드문 진출하던 것이 최근엔 라멘, 파스타, 교자(만두), 스시(초밥), 햄버거, 도시락 등 업종별로 여러 개의 브랜드가 들어와 일본 브랜드 간에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본 내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외식기업들이 성장세 둔화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을 택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데다 비슷한 문화권이기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과거 국내에 진출했던 일본 브랜드들이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퇴출당했던 때와 최근 들어오는 일본브랜드들은 그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 상주하는 일본 외식기업들의 담당자들을 만나 국내 진출 전략과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들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예전엔 일본 외식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대부분 국내 대기업과의 합작으로 이뤄졌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즉 국내 대기업과 기술제휴를 맺고 로열티를 받거나, 한국 음식문화를 접목시킨 소극적 운영이 과거의 형태라면 지금은 일본 브랜드 그대로의 전략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일본 관계자는 “해외여행 증가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교환이 활발해진데다 관광객, 유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본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알려졌다”며 “현지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맛을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어 이들의 수요를 맞추면 자연스레 한국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레시피만 가져와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소스와 식재료를 일본에 가져가 본토의 메뉴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메뉴를 개발하고 일본 조리장이 직접 한국에서 스텝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또한 직접투자방식을 꾀하는 일본 외식기업들은 식재료를 통일화, 규격화하기 위해 한국 진출 전 CK공장을 물색하거나 CK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과거의 진출 형태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취재를 하면서 기자는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타산지석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일본에 한류에 이어 한국 음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본인들이 초창기에는 단맛을 많이 가미해 음식 맛이 변형됐으나 이제는 육수에 우려낸 한국적인 칼칼한 매운 맛을 선호하는 등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일본진출을 타진하는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한 전략보다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 브랜드만의 고유한 전통과 경쟁력을 뿌리내리겠다는 전략은 미래 외식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디 오랜 세월동안 전해져온 전통의 맛을 구현하느냐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인 법이다.
박수진 기자 psj@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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