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조미료 시장, MSG의 빛과 그림자
추락하는 조미료 시장, MSG의 빛과 그림자
  • 김상우
  • 승인 2012.12.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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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천연조미료 시장을 두고 점유율 논쟁을 벌인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최근에도 자사 제품 점유율이 1위라며 옥신각신해 구경꾼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60년대부터 끊임없이 싸워온 두 업체들이라 이번 일이 왠지 다정해 보이기까지 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일까.

과거 CJ제일제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 그리고 미원이다”라고 말해 1세대 조미료 시장에서 대상의 미원에게 패한 것을 두고두고 억울해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업체의 이러한 경쟁관계가 우리나라 조미료 시장 성장에 엄청난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한때 두 업체의 과열경쟁으로 해외수출까지 활성화돼 우리나라는 80년대 초반 일본과 함께 ‘MSG 최대수출국’이란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달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 조미료 시장이 반토막 났을 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도 일본에게 MSG 관련 산업의 점유율을 모조리 내준 상태다.

이러한 추락 현상은 지난 1985년 한 소비자단체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MSG 섭취량이 3.5g이라 발표한 사건부터 시작한다. 그 뒤 각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MSG 과량섭취가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냈고 MSG를 주원료로 하는 화학조미료가 가장 큰 원흉이라 지목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MSG 불매운동은 더욱 활발히 전개됐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MSG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유독 MSG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 2010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MSG는 안전하다”는 공식 발표를 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미 해당 업체와 국가 경제가 본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난 뒤다. 더군다나 20년 넘게 축적된 결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에 MSG는 유해한 조미료라는 인식을 못박게 했다.

또한 MSG 소비 감소는 육류 소비 증가라는 더 큰 문제를 낳았다. 실제 MSG 1g이 갖는 감칠맛을 일반 조리과정에서 내기 위해선 소고기 250g이 요구된다.

보통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6~8㎏의 사료곡물이 필요한 것을 보면 MSG 소비감소는 사료곡물의 수입량 증가를 가속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조미료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3천억원으로 매년 6% 가량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조미료 시장을 선도한 두 업체들도 국내시장에서 MSG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에는 한참 늦었다보고 동남아와 중국, 인도 등 해외시장 판매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이들이 3세대 조미료라 일컫는 천연조미료 시장에 목숨을 거는 것도 과거의 연장선에서 볼 때 충분히 이해가되고도 남는 노릇이다.

최근 농심의 벤조피렌 사건이나 시민단체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GM(유전자변형식품)식품 불매운동도 그릇된 인식의 결과물이다. 이제 우리 시대에서 언론과 시민단체에게 순수한 역할을 바라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 쪽의 얘기만을 일방적으로 듣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각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식품업계들도 상품의 연구와 판매에 골몰하기보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먼저 터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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