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공기관 입찰 배제·프리미엄 급식 ‘핫 이슈’
대기업 공공기관 입찰 배제·프리미엄 급식 ‘핫 이슈’
  • 김상우
  • 승인 2012.12.2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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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장기 불황 영향으로 단체급식 시장 성장 지속될 것”
▶ ㈜아워홈은 온라인 미술품 판매업체인 ‘포털아트’와 제휴, 지난 2~3월 강남 메리츠타워 급식장에서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
2012 급식업계 키워드
지난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390만 명은 하루 한 끼 이상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보다 290만 명이 늘어난 수치로 국민의 25% 이상이 단체급식을 이용한다는 결과다.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단체급식시장 규모는 9조2천억원으로 이 중 위탁급식시장은 7조3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에도 전체규모 1천억원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최근의 상황에서 단체급식시장의 수요는 더욱 증대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본지는 올해 급식업계의 이슈들과 동향을 점검하며 업계의 트렌드를 다각적으로 살펴봤다.

●공공기관 급식 입찰, 대기업 배제했지만 갈등 심화
올해 급식업계는 중기적합업종 선정 움직임과 관련한 정부의 제재조치가 가장 큰 화두였다. 지난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은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 소속 대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나머지 업체들에게만 입찰 기회를 주겠다”며 “대기업들의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중소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어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방침에 따라 올해 대기업이 전담했던 공공기관 25곳은 중견·중소업체로 넘어갔으며, 공공기관 181곳의 급식운영장(계약기간 남아있는 곳 포함) 중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은 74곳(40.9%)에서 55곳(30.4%)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올 한 해 동안 진행된 상황을 근거로 중소업체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손에 꼽을 정도로 빈약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올해 계약이 만료된 공공기관 신규 입찰 건 중 대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한 동원홈푸드, 아라코, 풀무원 ECMD가 절반을 가져갔다”며 “정부의 방침이 과연 중소기업을 위한 것인지 중견기업을 위한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으려면 이러한 소극적인 제재보다 급식업 전반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대기업은 역량이 있는 식자재 물류 및 유통 부문에 집중하고 급식업은 중소업체에게 맡기는 방안이 나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중견 및 대기업 관계자들은 “무조건적인 제재로 중소업체들을 살리자는 주장은 시장경제 논리에 위배될뿐더러 결국 정부의 구속력이 약한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며 “각 업체들마다 품질 및 서비스로 경쟁해 성장하는 구도로 나가는 것이 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할뿐더러 대기업이 급식산업에 관여하면서 유통구조의 축소를 통한 이익의 분배 등 산업 전체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중소업체 주장에 반박했다.

한편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가 중점을 기울이게 될 경제민주화 방침이 급식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 당선자는 대선 전 TV토론회에 나서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의 강제휴무, 사전입점예고제, 대규모점포 등록 시 상권영향평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에 대해 조정안이 필요하단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자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어민의 손해는 연간 1조원 이상, 납품업체도 5조원 이상 큰 손해를 보고 맞벌이 부부도 불편한 문제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기업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 보며, 앞으로 일방적인 제재조치보다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상생 모색에 뜻이 모아지지 않겠냐는 견해를 내비쳤다.
▶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4월 직장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슬림 다이어트 식단을 선보였다. 현대그린푸드 임상 영양사들과 조리지도위원 12명이 개발한 이 식단은 총 200여 가지로 고단백질·저지방 형태를 유지하면서 다른 영양소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메뉴로 구성됐다.
●외식과 차별화, 건강한 ‘프리미엄 급식’
올해 급식업계의 주된 트렌드는 ‘프리미엄 급식’으로 대변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업체까지 기존의 특색 없는 급식에서 탈피해 외식보다 더 낫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고객의 눈높이 맞춤에 심혈을 기울였다.

CJ프레시웨이는 올 한해 건강한 급식을 주제로 저염식 식단과 다이어트 식단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503식단’이라 지칭되는 프리미엄 급식은 500kcal의 열량에 3g의 나트륨만이 포함돼 다이어트를 원하는 고객은 물론이고 각종 성인 질환의 우려가 있는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급식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 503식단은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날이 갈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 있다”며 “503식단을 이용한 뒤로 외식을 잘 안하게 됐다는 고객들도 있고 체지방과 몸무게가 몰라보게 줄어 매우 감사하다는 고객들도 많아 준비하는 입장에서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도 ‘슬림다이어트식단’을 내세워 호평을 받았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100일간 진행한 슬림다이어트식단은 칼로리를 500kcal으로 줄이기 위해 기름에 튀긴 음식 대신 구이나 찜, 현미밥, 호밀빵 등의 메뉴로 구성했다.

또한 나트륨에 익숙해진 입맛을 보완하기 위해 허브 소스와 같은 특화된 양념을 개발했으며, 같은 양의 양념을 사용하더라도 조리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조리 순서까지 연구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매일 먹는 급식이 이러한 부분을 충족시켜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취지로 슬림다이어트식단을 내놓았다”며 “매일 먹는 급식이 특별하다면 고객의 만족도는 더 커질 것이고 업체도 건강한 급식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느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풀무원 ECMD도 ‘잇슬림(eatsslim)’이란 다이어트 식단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풀무원 ECMD는 지난 3월 신규 사업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인 잇슬림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해 배달 다이어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잇슬림은 지난 18년 동안 건강한 다이어트를 연구해온 풀무원의 노하우와 이씨엠디의 조리기술을 결합한 다이어트 전문 브랜드다. 잇슬림 팀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주최한 ‘제1차 저나트륨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풀무원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건강식을 제대로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지난 2월 서울 구로에 위치한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구내식당에서 고객들이 산지직송 제주도 유채로 만든 겉절이가 포함된 점심메뉴를 식판에 담고 있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라, 산지직송·로컬푸드·아이디어 이벤트
식자재 유통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들은 급식산업을 통한 각 지역 농업과의 상생을 실천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현대그린푸드가 선보이고 있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은 식재료의 이동거리를 축소시켜 지역 농민에겐 소득을 증진시키고 구내식당 이용 고객에겐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로컬푸드 운동의 일환으로 계약을 맺은 지역농가만 26곳”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100억원 상당의 농산물을 로컬푸드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도 올 한 해 산지직송 프로그램을 내놔 고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산지에서 수확한 각종 식재료들을 24시간 내에 각 급식업장에 배달하면서 고객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맛볼 수 있도록 한 획기적 아이디어다. 더욱이 산지직송 프로그램은 각 농가의 소득증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유통구조의 단순화로 영업이익을 발생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불러왔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급식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단순히 급식 제공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마케팅적인 요소도 원하고 있다”며 “산지직송 프로그램은 신선한 식재료를 맛본다는 스토리텔링적 요소를 가미해 즐거움을 주고 있어 앞으로 축산물과 수산물까지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선한 마케팅으로 잘 알려진 아워홈은 각 업장에 미술전시회를 주최해 먹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한 깜짝 이벤트, 급식 메뉴를 실시간으로 알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모바일 웹페이지 개발, 저나트륨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국그릇 줄이기’ 행사, 각종 후식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 등 고객들의 오감을 채워줄 수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각광을 받았다.

또한 이와 다르게 틈새시장을 공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업체도 있다. 엘에스씨푸드는 각 업장에 소규모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며 식사를 마친 고객들에게 질 좋은 커피를 싼값에 제공해주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발생되는 이익의 일부는 업장의 이벤트 행사를 위한 비용이라든지 다양한 메뉴군의 개발로 재투자돼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제이제이케터링은 외국인학교를 운영하면서 급식을 통한 한국의 식문화를 교육시키고 편식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영양교육, 쿠키를 오븐에 구워 제공하는 등 소수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 제공으로 중소업체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정책에 묶인 신사업군, 시장경쟁에 맡겨야
학교급식은 지난 2006년부터 정부의 주도 아래에 직영급식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이제는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직영급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전국에서 초대형 식중독사고가 끊임없이 터지며 직영급식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욱이 오랫동안 곪아왔던 급식종사원들의 비정규직화는 결국 ‘급식대란’이란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왔으며, 무상급식 예산부족으로 인한 급식질 저하도 학교급식의 폐단으로 지적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한 무조건적인 직영화로 결국 아이들과 학교들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며 “단체급식은 전문적인 인력과 시설, 식자재 유통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분야나 국가가 예산확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것을 전담하는 것은 사실상 여러 위험요소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도 직영급식을 시도하다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결국 각 학교의 자율에 맡겼다”며 “학교급식의 자율화는 업체의 이익만을 위한 사안이 아니라 학교급식의 질적 향상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급식업계는 학교급식 외에도 군급식, 교정급식 등 정부가 묶어두고 있는 다양한 사업군의 빗장이 풀어져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급식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움직임으로 대기업과 중견·중소업체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중소업체에게 학교급식과 군급식 등 특정 급식 분야 진출을 허용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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