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따른 부가사업 곁눈질, 대박 꿈 못 버린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가 복제약 시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대표적 제약업체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보다 음료사업과 같은 부가적 사업에 골몰하고 있어 정체성 논란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제약업체들의 올해 음료사업 투자비용은 전년도보다 높아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제약업계의 화두가 된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자 음료사업과 같은 신사업군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 중 하나는 “제약업체의 음료사업 치중은 일종의 모험이라 볼 수 있지만 광동제약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의 성공사례가 말해주듯 대박 제품 하나만 건져도 매출 신장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며 “광동제약은 음료사업이 성공을 거듭하면서 이젠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 30%에 그칠 만큼 음료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동제약뿐만 아니라 ‘미에로화이바’로 유명한 현대약품은 후속 제품인 ‘미에로뷰티엔’이 승승장구하면서 연간 1천억원대의 매출 중 음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훌쩍 뛰어 넘고 있다. 동아제약의 ‘모닝케어’도 2300억원 가량의 국내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16.3%라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최근 의약외품 전환 품목으로 지정돼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박카스F’와 함께 또 다른 효자 상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 나머지 제약업체들의 음료사업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 출시된 명문제약의 ‘파워텐’은 골퍼들이 마시는 에너지드링크라는 신선한 소재로 등장하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음료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보령제약도 지난 11월 숙취해소음료인 ‘엑스솔루션’을 출시했으나 숙취해소음료 시장이 새로운 상품군의 진입을 잘 허용하고 있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건강기능성 음료로 출시된 유한양행의 ‘유한 홍삼과 흑마늘’도 뚜렷한 매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동제약이 올해 새롭게 출시한 에너지음료 ‘레드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국내 제약업체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곁눈질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제약업체들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수입 구조를 다변화시키겠다는 취지라 말하지만 속칭 대박 제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몇몇 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못내 아쉬워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우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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