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미각 노마드(nomad)족
[월요논단] 미각 노마드(nomad)족
  • 관리자
  • 승인 2013.02.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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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얼마전 ‘항공기 기내식 맛없는 이유 있었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공기를 이용하는 많은 승객은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 음식을 제공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음식을 제공받는 승객은 그다지 맛있다는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는 않는데 그 이유가 바로 ‘소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앤디 우드 교수가 2010년 10월 ‘음식 품질과 선호(Food Quality & Preference)’에 실린 논문에서 ‘맛과 소음’과의 관계를 규명했었다. 소음이 증가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 보다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 대한 가치를 감각과 사고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생활의 즐거움은 5감각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최대의 극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이 중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빈도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시각과 청각일 것이다. 우리네 여가생활의 대부분은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키는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요즘 생활주위에는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었다.

시·청각에 전반적으로 치우쳤던 취미생활의 범주가 미각 즉 ‘맛’에 관심과 열정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각은 단순히 혀의 감각세포에서 느껴지는 1차원적인 감각이 아니다. 오히려 후각,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동원한 즐거움의 향유라고 본다. 미각, 맛, 요리 등이 떠오르는 것은 사람들이 더욱 공감적이고, 체험적이면서 세련되고, 즐거운 여가와 취미활동을 찾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상파방송은 물론 지역민방, 케이블방송을 막론하고 모든 방송매체의 전원을 켜는 순간 요리관련 프로그램은 어김없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요리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거나 아니면 취미로 하고 더 나아가 맛집을 순례하는 일을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이들이 급속하게 늘어났으며, 나아가 공공선에 대한 관심이 맛에도 적용돼 ‘착한미각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 남자들도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맛집을 찾아 먼 길 떠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미각 노마드(Nomad)족’의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의 Nomad는 방랑자, 유랑자라는 뜻으로 맛을 찾아 떠도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트렌드모터스라는 시장조사기관이 13~5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식생활패턴을 조사한 결과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닌다”는 응답자가 전체응답자의 55.4%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LG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 우리나라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보면 최근에 부각되는 라이프스타일로 식도락을 꼽았다. 강력한 소비문화의 주체세대인 30대들이 다른 어떤 세대보다 소문난 맛집을 가장 많이 찾아다니는 것은 그 만큼 미각중심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각 노마드족이 늘어나고 맛집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가장 관심을 크게 갖는 곳이 바로 쇼핑몰을 중심으로 백화점의 전문식당가이다. 지방의 유명 맛집을 발굴해 입점시키려 하거나 입소문난 브랜드를 발굴하는 소위 맛집 헌터들을 가동하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번 입소문이 나면 그 소문을 계기로 내방했던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까지 사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지난해 S백화점의 경우 식당가에서 10회 이상 S카드를 사용한 고객이 한 해 매출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L백화점 또한 식당가 고객을 분석한 결과 전문식당가에서 식사를 한 그날에 한 가지 이상의 물건을 산 소비자들의 비율이 45%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소문난 맛집의 음식을 먹기위해 방문하더라도 지속적인 구매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단골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또 다른 분야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의 혁신이다. 온라인이나,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소문난 맛집의 위치와 각각의 내용평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찾아가는 방법과 걸리는 시간까지도 알려주는 기능이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시대로서 새로운 소비문화가 창출되는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의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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