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계절 음식시즌(FoodSeason)의 상실
[월요논단] 계절 음식시즌(FoodSeason)의 상실
  • 관리자
  • 승인 2013.03.0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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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의 구분은 기본적으로 사회환경이나 자연환경에 지극히 의존하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 죽는 날까지 때에 따라 무슨 일이든 일어나서 해소되고, 아니면 그 때가 지나가고 나면 자연스럽게 평온해지면서 일생의 기간으로 나누어진다. 또는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하루가 되고, 계절이 한 바퀴 지나는 것을 기준으로 1년이 된다.

하루를 편의에 맞게 잘게 나누어 놓은 것이 시간이며 날짜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은 그것에 맞춰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존재하고 있다. 일출과 일몰에 의해 낮에 일하고 저녁에 잠을 자야하는 일상의 리듬속에 인간의 행동을 구분하는 것은 계절의 변화이다. 일년 내내 덥거나 춥거나 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처럼 일년 사계절이 뚜렷하여 초록한 봄에는 새싹이 움트고, 쨍한 햇살을 피해 바다나 산으로 피할 수 있는 여름, 형형색색의 단풍의 계절 가을, 하얀 눈과 함께 처마 끝자락의 고드름이 정겨운 겨울, 이처럼 1년이라는 시간동안 생활리듬과 계절의 변화와 맞물려 돌아갔었다. 그러나 최근 현대인들의 생활 트랜드가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즌(Season)’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과거엔 시기마다 그때 그때에 맞는 일상의 리듬이 있었던 것이 시간과 공간, 계절과 날씨를 초월한 몰링 라이프(Malling Life)를 즐기려는 도시인들에게 ‘시즌’이나 ‘시간’은 무의미해졌다. 심야시간대를 활용하는 올빼미족이나,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쇼핑이나 영화감상을 수시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느 시기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기준이 사라지는 것이다. 계절음식도 마찬가지다. 봄에는 쑥과 달래로 봄국을 끊여 다양한 봄나물을 버무려 먹었고, 여름에는 풍성한 수박을 쟁반에 담아 옹기종기 모여앉아 여름밤 모깃불을 배경삼아 담소를 나누던 때, 가을에는 새로 수확한 햅쌀로 밥을 짓고, 누렇게 익은 과일을 후식으로 먹고, 한 겨울에는 가을에 담가놨던 동치미국물에 고구마를 구워먹었던 정겨운 계절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비닐하우스와 수입농수산물 덕에 이제는 사계절 못 구하는 식재료가 없다. 인터넷의 클릭 한번, 대형 마트에 전화 주문 한번, 홈쇼핑으로 전화 한 통이면 지역을 불문하고 어디든 당일에 원하는 물건을 쉽게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뿐만아니라, 외식업체에서도 제철 음식이라는 개념자체가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또 한 편으로는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문화도 융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고 방식이 더해지면서 제사의 절차와 형식이 급격하게 간소화되었다. 기일에 맞춰 지내던 제사와 설, 추석 차례상을 몰아서 편할 때 지낼 정도니, ‘지켜야 할 날(때)’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무의해 보인다.

이처럼 시즌이 없어지는 것은 단지 하우스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수입식재료를 아무 때나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기준인 ‘때’, 즉 시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절의 뚜렷한 구분 자체가 흐려지고 있는 데에도 영향이 매우 크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들이 때를 기다리지 않고 주어진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려는 외식소비계층이 급속하게 증가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외식소비자들의 행동이 시즌과 시간에 상관없이 ‘수시화’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와서 외식유통업계의 불황 등의 이유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대의 젊은 외식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관습이나 습관, 또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비스타일을 창조해 가는 적극적이고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많은 외식기업들은 그 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들을 최대한 동원하여 ‘시간 마케팅 전략’에 더 큰 관심과 목표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계절시즌’의 개념이 무의미해짐에 따라 외식의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게 되는데, 외식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이를 끌어갈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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