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마트 기초식품 판매금지는 월권
서울시 대형마트 기초식품 판매금지는 월권
  • 관리자
  • 승인 2013.03.1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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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호 사설
서울시는 최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채소류와 신선조리식품, 기호식품 등 51종의 생필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거나 수량을 줄여 판매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51개 품목에는 △콩나물, 양파, 감자 등 채소류 17종 △두부, 떡, 순대 등 신선조리식품 9종 △갈치, 꽁치 등 수산물 7종 △소주, 맥주, 담배 등 기호식품 4종 △사골, 우족 등 정육 5종 △오징어, 북어, 미역 등 건어물 8종이 포함돼 있다.

물론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의 영세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모자라 이제는 기초식품마저 팔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만일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실현된다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마켓의 경우 서울시가 이번에 선정한 51개의 필수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에서는 이들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영업을 하지 말라는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 주부들은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를 찾는데 만약 생필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면 내점횟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매출감소는 상상을 초월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많은 중소 납품업체 타격은 나몰라라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 감소는 차치하고 이곳에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자들이 입어야 할 타격도 엄청나다. 채소를 생산하는 수많은 농업인이나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들 그리고 수산물이나 건어물을 납품하는 업체 역시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일 수 있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세상인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번 조치를 강행한다면 후유증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이보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어찌 할 것인가. 두부와 콩나물은 동네슈퍼에서 배추 등 채소는 재래시장으로 공산품은 마트로 필요한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자칫하다가는 질 낮은 품목을 비싸게 살 수 있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특히 퇴근이 늦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싶어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장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을 비롯해 공산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편리성이 대형마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이다. 또 소비자는 현대적이고 쾌적하면서도 편리한 곳에서 장을 보고 쇼핑할 권리가 있다. 그런 소비자의 권리를 동네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다.


골목상권 살리려고 소비자 권리 외면

최근 경주 지역 주부단체가 한 대형마트가 입점하기 위해 제출한 건축허가를 반려한 경주시를 대상으로 허가 촉구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경주지역 주부단체들은 대형마트 입점을 위한 허가 촉구운동은 물론이고 대형마트의 입점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내년 지자체장 선거에서 시장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주 지역 주부단체들이 대형마트의 입점을 원하는 것은 경주시민들도 현대적인 대형마트에서 쇼핑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소비자의 입장이나 권리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채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 영세상인 살리기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을 찾는 이유를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을 보기 위한 편리성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또 좋은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배제한 채 무조건 행정력을 동원해 보호하는 것은 영세상인들의 거지 근성만 키우는 일이다. 진정한 경쟁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안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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