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개선, 지속적 관심·실천이 관건
유통구조 개선, 지속적 관심·실천이 관건
  • 관리자
  • 승인 2013.03.25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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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사설
박근혜 정부가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식품·외식업계로서는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장기불황으로 인해 매출은 크게 감소되는 가운데 원재료 수급불안정과 가격 등락폭이 커 경영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정부가 농축산물의 유통구조를 말끔히 해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농축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은 과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핵심과제로 떠오른 사안이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유통단계 축소는 물론이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동필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농축산물의 수급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5대 핵심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유통구조 혁신, 말로만 그쳐서는 안돼

농축산물의 수급과 가격안정이야말로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식품·외식업계 역시 농축산물의 수급과 가격안정은 사업의 존폐를 가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농축산물 가격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등락의 폭이 넓다.

원인은 복잡한 유통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농산물의 유통단계는 농가-수집상-도매시장(경매)-중간도매상-소매상-소비자 등 6~7단계를 거치게 되고, 축산물의 경우는 생산자-중간상인-도매상-육가공공장-산매상-소비자를 거치게 되면서 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도시에서는 비싼 가격에 채소를 구입하지만 농가에서는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산지 수집상에 넘기거나 밭을 갈아엎는가 하면 쇠고기·돼지고기 값이 크게 올라도 축산농가의 수입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사례로 식탁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배추의 경우 유통비용이 소비자 가격의 77.1%에 달하며,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전체 농산물의 유통비용이 최종 소비자가격의 40~50%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의지대로 농축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최대 6~7단계를 거쳐야 하는 유통구조를 대폭 축소하는 일이다.

일본도 지난 1980년 이후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통해 유통구조를 개선했다.

일본 농협(JA)이 직영하는 치바 농산물직매소(天葉 農産物直賣所)인 ‘쇼이카고(しょいかご)’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역 농가를 살리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쇼이카고는 생산자인 농가에서 가격을 정하고 판매 수수료로 농산물은 15%, 가공식품은 20%를 농협에 지불하면 된다. 즉 소비자는 생산자 가격에 15~20%만을 더해 구매할 수 있다.

일본의 외식기업들 역시 최근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안전한 식재료의 수급은 물론이고 저렴한 가격의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에도 ‘직거래’ 붐 일어

국내에서도 이미 과다한 유통비용을 줄여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농축산물을 구매하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게 하자는 취지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009년 설립한 ‘aT 사이버거래소’를 들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출범한 aT 사이버거래소는 농수산물 기업간 거래(e-Market Place/ B2B)와 친환경·지역특산물 농수산물 전문쇼핑몰(B2C)를 운영해 2010년 1755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12년에는 8200억원 매출 실적을 기록,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사이버거래소를 활성화시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부터 협동조합과 연계한 직거래 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외식업계에 직거래 붐과 최근 대폭 완화된 협동조합법에 따라 외식업체들이 조합을 설립해 생산자는 물론이고 지자체와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구조를 단축시켜 양질의 식재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그러나 직거래는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산지의 영세한 업체들과 거래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지속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가이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난제들이 놓여 있다.

이번 정부가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또 짧은 기간에 개선하려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혁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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