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과유불급(過猶不及)
[월요논단] 과유불급(過猶不及)
  • 관리자
  • 승인 2013.04.0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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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이 시대는 과잉의 시대이다. 상품도, 정보도, 하물며 서비스분야까지도 너무나 많아서 차고 넘치고 있는 실정이다. 친절도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뜻으로 한자어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너무나 지나친 친절과 서비스에 염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적절한 불편’을 오히려 원하는 계층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부족함을 스스로 채워나가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Trouble is welcomed).

고객이 왕이라는 시대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은 주체적인 참여와 경험을 통해 추억을 쌓아가면서 자기만의 존재가치를 부여받기를 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무작정 다해주려고 하는 순정남 같은 기업에 서서히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주는 적절한 불편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이런 것들이다. 상황에 따라 소비자들을 기다리게도 하고, 때로는 부족함을 채우게도 하고, 때로는 무심한듯 변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참여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불편은 어디까지나 ‘적절한’수준이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소비자들에게는 완전한 만족이란 없는 것이다.

고객을 왕처럼 모시겠다는 기업들의 친절마케팅이 너무나 지나치다 보니 정작 왕처럼 대접받는 소비자들은 이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와 만족간의 괴리감에 의해 심리적 불균형인 ‘불만’을 유발했다면, 최근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기대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지나친 친절로 인한 ‘불편함’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성 관계에서도 밀당(밀고 당기기)이 중요하듯이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밀당이 상대적으로 필요해진 시기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의최적화된 참여, 즉 ‘적절한 불편’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서비스을 통해 주체성을 회복하고 추억의 가치를 간직하면서 새로운 자기만의 소비문화를 형성하려고 한다. 체험마케팅의 대가로서 ‘마케팅의 미학’, ‘고객체험관리’, ‘체험마케팅’ 등의 저서를 집필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번트 슈미트(Bernd Schmitt) 석좌교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체험은 하나의 편익을 진단하고 평가하며 소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총체적인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식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경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특정음식을 구매할 때 마음속에 가족이나 친구 또는 친지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한다는 즐거운 기분은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총체적으로 연결고리를 가져온다.

한편으로 왜? 소비자들은 적절한 불편을 원할까? 어떻게 보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소비사회전반에 확산되어 나타나고 있는 ‘존재의 위기’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비 과정에서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수준이나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정도는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경험적 가치소비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로서의 존재의미가 상실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참 편리해지고 간편해졌다. 전화 한 통이면 먹고 싶은 음식을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맛 볼 수 있고, 쇼핑, 이사, 살림, 심지어는 결혼준비까지도 대신해주니 서비스 경계에는 불가능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소비자들의 불편한 부분을 무조건 빼주고 아니면 더해주는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그럼으로 인해 소비자 자신들의 주체성을 회복시켜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기업 혹은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에 대한 애착심을 정착시키는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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