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똘똘 뭉쳐’와 ‘답설게(踏雪偈)’에서 배운다
[월요논단] ‘똘똘 뭉쳐’와 ‘답설게(踏雪偈)’에서 배운다
  • 관리자
  • 승인 2013.04.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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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사)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식품외식문화산업 관련 기업의 창업주와 경영자들을 만나면 언제나 반갑다. 비록 초면이라도 메마른 악수보다는 떠들썩 인사를 나누길 좋아한다. 나 자신 또한 관련 업계 현장에서 상당기간 일했고 지금도 대학과 연구기관 및 전문매체에 일정부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어울리면 식사 분위기도 사골국만큼 뜨겁다. 때와 장소, 공식·비공식 여부, 참석자의 수를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전국구다.

‘똘똘 뭉쳐!’로 대표되는 우렁찬 건배 제의와 리드미컬한 화답은 진짜 명품, 진작부터 식품외식문화 산업 리더들의 문화 코드이자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것은 우리 사회 특유의 동지의식, 또는 패거리 의식의 표출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업계 선배들, 초기 개척자들의 아름다운 유산인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외식업에겐 ‘먹는 장사’로 폄하되며 온당한 사업 대접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에 대한 여신금지라는 차별정책이 2000년대 초까지 계속됐다는 사실이 그 아픔의 내력을 웅변한다. 그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먹는장사를 일으켜 당당한 기업으로 키웠으니 업주 상호간 동병상련의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동지애인들 오죽 컸을까? 그 눈물의 동지애가 ‘똘똘 뭉쳐’ 문화로 진화된 게 아닐는지.

아름다운 습관이나 전통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앞서 간 개척자들, 선배들의 옳은 발자취, 올바른 이정표가 필수적이다. 서산대사의 선시 ‘답설게(踏雪偈)’를 떠올리는 이유다.

‘눈 덮인 들길을 걸어갈 제 / 반드시 아무렇게나 갈팡질팡 걷지 말라/ 오늘 남긴 내 발자취가 / 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踏雪野中去 不須湖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이 선시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그의 애제자 사명대사와 크게 공을 세운 서산대사 본인은 물론 후대의 수많은 제제다사들이 새겨야 할 귀감으로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아 당신의 친필 명품휘호로 남겨놓아 더욱 잘 알려졌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2008년 1월) 조계종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해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국가지도자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교훈이라며 인용했었다. 요컨대 리더는 매사에 반듯하고 본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후배들에게 좋은 이정표를 남겨주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산대사의 ‘답설게’를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서는 또 하나의 상념이 있으니 하필이면 우리나라 정치판의 씁쓸하고 민망한 겨울동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인데 아직 청문회 보고서를 받지 못한 장관 후보가 있을 만큼 적격자가 희귀하다는 슬픈 현실도 그 중 하나다. 청문회 현장에서 무소불위의 질문과 안하무인의 비판을 주도했던 정치인들의 과거행적에 대한 의구심도 ‘답설게’ 교훈을 반추케 한다.

청문회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서산대사의 ‘답설게’ 교훈만으로는 부족할 듯해서 한나라 때의 지성 가의(賈誼, BC200~BC168)가 전해주는 교훈을 덤으로 얹어 주고 싶다. ‘과거의 일들을 잊지 않으면 뒷날의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前事之不忘 後事之師也, 賈誼新書)’.
역사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찾아서 국민의 의식수준과 당대의 시대정신에 부합되도록 이끌어야 참 지도자라는 뜻이다.

식품외식문화산업 리더들의 문화 코드인 ‘똘똘 뭉쳐’와 서산대사의 ‘답설게’, 그리고 ‘가의신서’ 가 묵직한 목소리로 일러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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