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상품개발, 우린 어떤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가?
음식문화 상품개발, 우린 어떤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가?
  • 관리자
  • 승인 2013.04.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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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농심 R&BD 식문화연구팀 팀장
시즌도 국가도 초월하는 시대지만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는 여행이 활발해지는 계절이다.
한 나라, 한 지역 음식문화를 다른 나라, 다른 지역 사람에게 향유하게 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대별해 볼 때, 하나는 지리적 한계를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들이 지닌 ‘가치’를 편애 없이 인정하는가? 그리고 음식문화 상품개발에 어떤 철학과 전략을 담으려고 고민하는가?

우선 지리적 한계를 100% 이용하는 방법은 가능한 그 지역, 그 나라 음식문화 전통을 고집스러울 만큼 잘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해야만 그곳 음식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보수의 가치’를 지향해야 이런 음식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 전 세계 변화와 다양성이 실시간 생중계되는 요즘 환경에서 ‘오래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쩐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 탓도 있고, ‘전통’이라는 것이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고 있는 퇴보적인 모습으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매년 1년에 1박 2일 일정으로, 2~3차례 전국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농심 식문화 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비록 허름하지만 다른 데서 경험할 수 없는 음식과 식재료를 접할 때 그 곳까지 간 보람을 느낀다. 다음에 그 음식이 먹고 싶다면 다시 가야만 한다. 첫 번째 전략이 주는 ‘가치’의 힘이다. 부활된 막걸리를 찾아 전국 순례를 경험한 이들이 말한다. “전국 막걸리 맛이 평준화되어 아쉽다.” 우리나라에 ‘가양주’ 문화가 발달했고 집집마다 술맛이 달랐다. 된장찌개 맛이 서로 다르듯. 가문에서 가문으로 도제식으로 전수된 맛이다. 대표적인 명품기업인 에르메스(Hermes)는 전통 ‘수제’ 방식으로 제품을 만든다. 기계화하면 효율적 생산이 가능한데, 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인다. 복제품이 아닌 이 세상에 유일한 제품이 탄생된다. ‘명품’의 자리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힘이다. 기술전수도 과거 전통 ‘도제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행히도 21세기 문화·감성의 시대 분위기와 함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프로그램이 이런 ‘가치’를 재인식시켜 주고 있다. 변화라는 시대 가치를 따르지 않고 옛 마을 모습을 유지해온 ‘양동마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고집스럽게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해야할 가치가 이곳에 있다. 세계가 평평해지고 있는 시대에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프랑스 와인의 떼루와(terroir)처럼 대한민국 향토 음식문화 상품 개발에 떼루와의 가치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전통생산방식의 숨겨진 가치를 비위생적이라고 마구 재단하고 있지 않은지?

두 번째는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다. 다른 나라를 찾아가 벌이는 한식 시식행사, 각 나라에 있는 한식당 운영지원, 여러 국가 언어로 번역된 한식 조리책자를 출간·배포하는 다양한 한식세계화 정책을 펼쳤다. 개별 항공사는 한국음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한편 2008년 국가차원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기 전부터 식품기업들은 한국 음식문화를 모티브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세계 구석구석으로 찾아갔다. 지리적 한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극복한 전략이다. 조리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세계인에게 손쉽게 한국음식을 경험하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가공식품이 갖는 이동성과 손쉽고 편리한 조리법의 가치를 음식문화 상품개발에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물론 이들 상품을 접하게 하는데 우리 유학생과 이민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음식 맛을 세계 도처로 전하는 두 번째 전략의 힘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전략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조합하는 것이다.

어떤 전략이든 서로 시너지를 주며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다양한 음식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처음 자국 내에서 한국 가공식품과 음식점을 통해 한국 음식문화의 단초를 접한 사람은 한국 음식문화 상품을 제대로 경험하게 유도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차원에서 음식문화 상품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성과도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음식문화 상품개발에 각 전략의 ‘다른 가치’를 편애 없이 인식하면서 우리의 전략을 통합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균형과 조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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