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대란 원인제공자는 정치권과 정부
급식대란 원인제공자는 정치권과 정부
  • 김병조
  • 승인 2006.06.27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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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사상 초유의 학교급식 대란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식중독 사고 발생의 진원지가 된 위탁급식 업계 1위 업체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에서의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정치권과 정부 및 시민단체에서는 각종 대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 학교급식이 실시된 배경과 그동안의 정책 및 제도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지나친 표현일지 몰라도 위탁급식업체도 피해자에 해당된다.

학교급식은 정치권의 선거공약에 의해 확대 실시돼왔다. 위탁운영은 전면적인 확대실시를 하는 과정에서 턱없이 부족한 국가예산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정부가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업체들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하면서 학교급식 전면실시의 1등 공신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후 정부와 정치권은 어떻게 해왔는가. 2003년, 위탁으로 운영하던 학교급식 현장에서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 및 언론은 마치 위탁급식이 식중독사고의 주범인양 몰아세웠다. 학교급식 주무부처인 교육부조차 여기에 부화뇌동해 2007년까지 대부분의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 후 총리실이 학교급식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탁에서 식중독 사고가 특별히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직영의 경우 식중독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 때문에 학교당국이 이를 쉬쉬하며 노출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영과 위탁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운영방식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을 하도록 하라고 당시 고건 총리가 11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표를 의식한 민선 교육감들의 사실상의 강제 직영전환 유도에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위탁업체들이 시설 투자비도 건지지 못한 채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사업권을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언제 직영으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위탁업체들로 하여금 잇속을 차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CJ푸드시스템과 같은 대기업들은 최근까지도 ‘드라이 키친’ 도입 등 한 학교에 5억원 가량의 시설투자를 하면서 위생안전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그동안 과연 학교급식의 질적 개선을 위해 무슨 일을 해왔나. 정치권은 6개나 되는 학교급식법개정(안)을 1년이 넘도록 방치해놓고, 일부 정치인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교급식의 법적 직영화와 무상급식, 우리농산물사용 의무화 등을 외치며 혼란만 조장해왔던 것이 아닌가.

또 정부는 식자재 납품의 ‘최저가 입찰제’ 등 부실급식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각종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할 의지라도 보인 적이 있는가.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이라는 명분 때문에 주무부처가 교육부로 돼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한두 명에 불과했지 않은가. 교육의 일환은커녕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급식장에서 되돌려 보내 심적 충격을 주고, 학교장 등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기는 등 학생들에게 비교육적인 행태를 보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도 교육당국은 뭘 했나. 위생관리만 하더라도 직영은 교육청 소관, 위탁은 식약청 소관으로 이원화 돼있고 관리 기준도 제멋대로가 아니었던가.

이번 식중독의 원인이었던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대비책 역시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노로바이러스는 환자의 가검물에서만 검출될 뿐 사전에 식재에서 검출해낼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청 등 위생당국은 최근에 발생하는 식중독 가운데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이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얼마나 세웠나.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오염된 물을 통해서 감염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식자재 유통업체들에 대한 사전관리를 어느 정도 철저히 해왔는지 묻고 싶다.

정치권이나 정부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른들은 밖에서 한 끼 식사를 하는데 최소한 4천~5천원을 쓰면서 다 큰 자식들, 어쩌면 어른들보다 식욕이 더 왕성한 중, 고등학생들에게는 2500원짜리 점심을 먹이면서 질 좋고 안전한 급식을 요구하는 학부모 역시 이번과 같은 급식대란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급식대란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지 특정 업체의 잘못으로만 보는 것은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꼴이다. 이번 사태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미 예견된 사고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지금과 같은 급식대란은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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