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GM식품 표시제 논란
[월요논단] GM식품 표시제 논란
  • 관리자
  • 승인 2013.05.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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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유전자재조합(GM) 작물의 안전성에 관한 논쟁은 지난 20년간 뜨겁게 논의되어 왔고 이제는 그 안전성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할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20년동안 GM작물이 생산되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수억 인구가 GM식품을 먹어왔으나 이상 징후를 나타낸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무엇으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것인가? 급기야 영국의 유명한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가 지난 1월 옥스퍼드회의에서 GMO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마크 라이너스의 GMO 반대운동은 그가 행한 시민운동 중에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의 과학을 무시한 행동으로 전 세계가 생명공학 기술의 활용에 제동이 걸리고 기아에 굶주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공급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공개 사과를 한 것이다. 전 세계는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GMO 표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도 표시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표시와 안전성의 문제는 별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모순점이 보이고 있다.

첫째로 GMO 표시제도를 원한 것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소위 말하는 ‘실질적 동등성’을 인정한다면 처음부터 표시제가 거론될 이유가 없다. 이것이 미국에서 GM 콩이나 옥수수를 구분하지 않고 아무런 표시 없이 온 국민이 먹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유럽은 GM작물의 안전성 논란을 그들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WTO 무역자유화 이후 외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곡물을 막을 수 없게 된 유럽은 GMO 표시제도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은 자체 생산한 곡물로 충분히 자급할 수 있으므로 외국에서 수입되는 것을 가급적 막아야 그들의 농업을 유지할 수 있다. GMO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그들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유럽의 학자들도 GMO 표시제도는 정치적인 이슈이지 GM곡물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서 유럽의 표시제를 따르자고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생명공학 작물이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특히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수출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대부분 GM작물 재배로 돌아서 세계 곡물시장에서 non-GM 콩이나 옥수수를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 작물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표시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 식량수급에 큰 어려움을 주는 행동이다.

우리와 같은 상황에 있는 일본이 현재의 표시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GM식품 표시를 확대하면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 이외에도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인 비용편익분석을 고려할 때 표시 확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안전한 식품을 단순히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표시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둘째로 식약처가 표시를 확대한다면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충분한 과학적 위해평가를 거쳐 안전하다고 수입을 허용해놓고 대부분의 국민이 불안해하는 표시를 하게 해 사먹지 못하게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수년 전 식약청이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 밀려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 확대에 관한 입법 예고를 했을 때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를 보류했다. 그 이유는 DNA나 단백질이 포함되지 않은 GM식품은 과학 분석으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식약청이 사후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력추적제로 관리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식품의 이력추적제는 시작도 못하고 있으며 엄청난 비용이 드는 어려운 일이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사후 관리도 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무리하게 시행하겠다는 정부를 국민은 어떻게 볼 것인가?

GM식품의 문제는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우리의 식량수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세계가 GM작물 재배로 간다면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책임하게 GM유해론을 아직도 반복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국민에게 생명공학기술의 이점과 안전성을 교육하여 온 국민이 앞으로 예견되는 세계 식량위기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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