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수 비(Sous vide)
[외경시론] 수 비(Sous vide)
  • 관리자
  • 승인 2013.05.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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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수 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미국의 레스토랑협회(National Restaurants Association Research)에서는 미국 조리사협회(American Culinary Federation)에 소속되어있는 전문 조리사 1834명을 대상으로 2012년 10월과 11월에 걸쳐 온라인 서베이를 했다.
설문에 참여한 조리사들에게 198개 문항을 제시하고 각 문항에 대하여 2013년 레스토랑 메뉴에서의 ‘핫 트렌드(Hot trend)’를 조사하였다.
메뉴의 핫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의 조리방법(preparation methods) 분야에서 발효(fermenting)가 1위, 피클(pickling)이 2위, 수 비(Sous vide)가 3위를 차지했다.

진공포장된 용기에 조리하는 ‘수 비’

김치와 같은 다양한 발효식품을 지닌 우리로서는 미국인이 발효 조리법에 초미의 관심을 지니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에 관한 영양학적인 우수성과 식문화적인 스토리텔링을 접목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현지화된 메뉴의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조리방법 분야에서 3위를 차지한 수 비는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용어이다.

수 비를 이용한 조리는 Cook/Chill 시스템의 변형된 형태로, 이 방식은 Cook/Chill 또는 Cook/Freeze 방식에 비하면 비교적 늦게 개발되었다. 음식을 밀봉된 백이나 파우치를 이용해 조리하는 방식인 수 비(Sous vide)는 1960년대에 들어서 활발하게 이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까지만 해도 조리된 식품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프랑스의 조리사인 조르쥬 프랄뤼(George Pralus)는 1970년 후반에 밀봉상태로 식품을 조리할 때 발생되는 무게의 감소와 향미성분의 손실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마침내 3겹으로 된 플라스틱 백이나 파우치를 사용하면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 즈음에 포장업계에서는 열에 견디면서 공기를 차단시킬 수 있는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플라스틱 재질(multi-laminate plastic material)을 개발하였고, 이와 함께 조리사 조르쥬 프랄뤼의 헌신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현재의 수 비 방식이 개발되었다. 문제의식과 프로정신을 지닌 한 조리사의 헌신적인 노력과 연구가 맺은 알찬 결실이다.

수 비는 번역하면 ‘Under-empty’, 그리고 진공포장된 용기 속에 음식을 담는 과정을 의미한다. 수 비를 이용한 조리법은 플라스틱 백이나 파우치(pouches)에 조리할 식재료를 담은 후에 진공시키고 100℃ 미만의 통제된 온도로 용기 안에 담겨진 음식을 조리하는 방식이다.
수 비는 재래식 조리법에 비해 식품이 지니는 자체의 천연의 향, 맛, 주스성분 등을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에 식품의 풍미와 조직감을 향상시키고, 식품의 맛을 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조미료나 첨가물의 양이 줄어든다.

육류를 조리하는 경우 진공포장된 플라스틱 백에서 낮은 온도로 조리하므로 조리 후 수축과 무게감소가 기존의 조리법에 비해서 훨씬 적다. 수 비를 이용한 육류 조리는 식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이익을 가져온다. 특히나 질긴 고기부위를 조리할 때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하기 때문에 고기의 조직감이 아주 부드러워진다.

조리사의 도전·프로정신

이같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수 비 방식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장에서의 풍부한 조리경험을 지니고 고객에게 고품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프랑스의 한 조리사에 의해서 시도되고 개발된 뜻 깊은 탄생의 배경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수 비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너 셰프들이 운영하는 앞서가는 레스토랑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편화된 조리방법으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였다.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양질의 먹거리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우리들도 프랑스 조리사의 도전정신과 프로정신 그리고 인내를 본받았으면 한다. 우리의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조리사가 개발한 제 2의 수 비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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