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
[월요논단] 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
  • 관리자
  • 승인 2013.05.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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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체 임원의 우월적 행동, 대기업과 협력업체, 제조사와 대리점 사이의 파행적 갑을관계, 인기상품에 끼워파는 밀어내기식 출하 압박으로 대리점 주인 자살 등 오랜 관행으로 여겨오던 일들이 심한 충돌을 일으키면서 SNS를 통한 사회적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개방화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생활수준이나 정보 지식수준은 세계 상위에 올라와 있는데 사회 구조와 행동양식은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봉건시대의 가부장적 권위가 무너지고 비합리적인 권위가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려워지는 사회에서 조직이나 기업은 커다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사회가 경제선진국에서 선진화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0년 ‘사회적 책임에 관한 지침(ISO 26000)’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조직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본 원칙과 핵심 주제와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조직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또는 관리체계),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 소비자 쟁점, 그리고 공동체 참여와 발전이 핵심주제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품질재단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을 발족하고 사회적책임(SR) 진단 및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SR분과위원으로 이 일에 참여하면서 우리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재삼 느끼고 있다. 최근 일어난 우리 기업의 불미스런 일들이 이런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진작 점검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또한 식품기업은 ISO 26000이 제시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은 산업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로 식품기업은 공기와 물 다음으로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을 취급하는 분야이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천벌 받는다는 경구가 있듯이 식품을 다루는 사람은 식품을 경외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할 일이 없으면 식당을 차린다고 하는 우리사회의 통념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식품을 제조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당한 전문지식과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둘째로 식품산업은 우리 국민이 하루도 거를수 없는 식량을 공급하는 주체이다. 전통적으로 식량 공급의 주체였던 농수산업은 현재 전체 식량 수요의 절반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반은 식품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원료를 수입하여 가공하고 유통하고 판매하고 있다. 2010년도 통계에 의하면 식품제조업 매출액 65조원, 음식점업 매출액이 67조원, 도합 133조원으로 농림어업 매출액 50조원의 2.3배에 달하고 있다. 식품제조업은 국내 총생산 GDP의 3.8%, 국내제조업 GDP의 15.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을 공급하는 주체라는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식품기업인은 나라의 식량문제를 늘 생각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려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약자로 소외되거나 가난으로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챙겨야 하며, 남는 음식을 푸드뱅크나 자선단체를 통해 나누어 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식량의 낭비를 줄이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식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식량공급의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식품기업인은 우리사회에서 높이 존경받아야 한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식량과 건강을 챙기는 책임있는 전문가로 또한 박애주의자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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