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라면, 서민식품에서 트렌드 메이커로 성장
[창간특집] 라면, 서민식품에서 트렌드 메이커로 성장
  • 김상우
  • 승인 2013.06.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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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50년, 배고픔으로 시작해 세계 입맛 사로잡는 한류 상품 부상
무궁무진한 변신, 융복합까지 더한 새로운 트렌드 창출
우리나라 라면 역사가 올해 반세기를 맞았다. 지난 1963년 ‘삼양라면’이 출시된 이래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한 라면은 해마다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라면의 역사는 지난 1960년대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대적 환경에서 출발했으나 현재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시장의 트렌드 메이커로 성장해 우리나라 식품의 역사를 고스란히 대변해주고 있다.

라면 출시 5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변천사를 알아보고 한류 대표 상품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까지 인정받는 라면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될 것인지 집중 조명했다.

● 태동기(1963~1970년대)- 꿀꿀이죽의 설움과 라면의 탄생
국내 라면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삼양라면은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허기를 달래던 서민들의 애환을 목격하면서 시작됐다. 서민의 굶주림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전 명예회장의 집념은 일본 묘조(明星)식품으로부터 라면 생산 기술을 전수받아 1963년 삼양라면이 탄생으로 이어진다.

당시 일본 라면업계의 대표 기업이었던 묘조(明星)식품의 오쿠이 사장은 전 명예회장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기술 지원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중량 100g에 10원이었던 삼양라면은 지금처럼 주황색 포장지에 가운데 원 모양을 넣어 따듯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당시 꿀꿀이죽이 5원, 커피값이 35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삼양라면의 10원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삼양라면은 출시 초기 국민 인식 확산의 어려움에 매출이 지지부진했으나 꾸준한 판촉행사와 시식행사를 펼친 결과 3년 만에 국민식품의 대명사가 된다. 지난 1966년 11월 한 달 동안 240만 봉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1969년에는 월평균 1500만 봉지가 팔려나가는 등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1963년과 비교해 300배나 성장한 수치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의 성공을 기반으로 ‘곡면(1965년)’, ‘미니라면(1967년)’, ‘칼국수(1969년)’, ‘삼양짜장면(1970년)’을 잇따라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냉면인 삼양냉면(1970년)과 끓인 물만 부어 3분 만에 먹을 수 있는 ‘삼양 컵라면(1972년)’의 출시는 라면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삼양식품만의 업적이다.
● 성장기(1980년대)- 춘추전국시대, 경쟁과 함께 성장하다
삼양식품이 라면 시장을 훌륭히 개척하며 시장성을 인정받자 농심을 시작으로 야쿠르트(1983년), 빙그레(1986년), 오뚜기(1987년 청보 인수) 등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농심은 삼양라면보다 2년 뒤인 1965년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가 제조한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농심 외에도 1960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7~8개 라면제조업체가 생겨나 ‘풍년라면(풍년식품)’, ‘닭표라면(신한제분)’, ‘해표라면(동방유량)’, ‘아리랑라면(풍국제면)’, ‘해피라면’, ‘스타라면’ 등의 제품이 출시되는 등 춘추전국시대가 잠깐 도래했지만, 대부분 영세한 규모에 삼양라면의 기술과 선점 효과를 극복하지 못하고 금세 사라져버렸다. 1969년을 기준으로 라면시장 점유율은 삼양라면이 83.3%의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했으며, 농심은 16.7%로 뒤를 쫓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농심은 1975년 출시한 ‘농심라면’이 큰 인기를 얻자 1982년 업계 최초로 안성스프전문공장을 준공한 것과 동시에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등의 신제품이 잇따른 성공을 거뒀다. 뒤이어 1983년에 출시한 ‘안성탕면’과 1984년 ‘짜파게티’가 뒤를 든든히 받쳐줬으며, 1986년 농심의 대표 브랜드 ‘신라면’이 탄생하면서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 최강자로 등극한다. 1985년 3월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농심 40.4%, 삼양식품 39.6%, 야쿠르트 8.7%, 청보 8.3% 순이었다.

후발업체인 야쿠르트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출시하며 비빔면이란 블루오션을 개척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업체와는 다른 차별성으로 여름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으며, 1986년 출시한 ‘도시락’ 용기면도 큰 인기를 끌어 라면시장의 다크호스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오뚜기는 1985년 라면시장에 진출한 청보를 1987년에 인수해 1988년 대표 브랜드인 ‘진라면’을 내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1980년대는 라면의 성장기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업체들의 시장 진출과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각종 신제품이 봇물을 터뜨린 발전의 시기다.

● 휴면기와 도약기(1990년대)- ‘우지파동’에 흔들린 라면시장
1990년대는 라면 시장이 처음으로 침체기를 맞이한 시기다. 지금도 최악의 식품안전 오판 사고로 거론되는 1989년 삼양라면 우지파동은 라면시장 침체기의 빌미를 제공했다. 검찰은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쇠고기 기름)를 사용해 라면을 제조했다며 면밀한 검토 없이 해당 제품의 전면 폐기를 즉각 결정했다. 삼양식품은 이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가 순식간에 실추되면서 점유율이 10%까지 폭락하는 등 1998년 부도위기까지 내몰렸다. 삼양식품은 1997년 법원의 무죄 판결을 통해 억울함을 벗었지만 사건의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태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미생물 화학적·물리적 위해인자 분석이나 위해 평가를 하지도 않고 기소해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지파동 이전에 ‘공업용 우지’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삼양이 사용하던 우지는 12등급 중 2등급에 해당하는 최상급 식용우지였다”고 말했다.

우지파동이 발생한 이후 라면시장은 전체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군다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MSG논란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점화하면서 MSG가 가장 많이 첨가된 식품 중에 하나가 라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소비자들에게 라면은 몸에 안 좋은 대표적 식품이란 근거 없는 인식이 지속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그러나 라면업계는 시장의 어려움을 다양성으로 정면 돌파했다. 우지파동을 겪고 난 이후 냉장면, 냉동면, 생면 등 다양한 라면제품이 출시됐으며, 기존의 획일적인 맛에서 벗어난 맛의 차별화, 해외시장의 적극적 모색이란 대책마련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됐다. 1998년에는 라면시장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 성숙기(2000년대)- 다양성·고급화·PB라면
2000년대는 90년대 중후반부터 불어온 다양성이 고객 니즈의 심화를 가져왔다는 특징을 보였다. 오뚜기는 2005년 ‘컵누들’이란 제품을 출시하며 기존에 생각할 수 없었던 라면과 다이어트의 접목이란 새로운 개념을 창출했다. 2007년 출시한 ‘백세카레면’도 라면과 카레의 조합이란 신선한 발상이 주목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2007년 건강한 라면이란 슬로건의 ‘맛있는 라면’과 정통 중화요리를 표방한 ‘간짬뽕’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농심은 2008년 ‘후루룩 국수’와 ‘뚝배기’ 등 전통음식 소재에 라면과의 결합을 시도했다.

2003년에는 빙그레가 라면사업을 철수한 해이기도 하다. 1989년 9.3%의 점유율로 라면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보인 빙그레는 이후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한다. 1986년 1월에 출시한 빙그레의 ‘우리집라면’은 천연 토코페롤이 함유된 최초의 라면으로 빙그레 라면사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한 풀무원은 2005년 생면으로 만든 ‘생가득 라면’을 출시하고 라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프리미엄 자연주의를 내세워 라면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으나 여타 제품과 비교해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라면의 PB상품화도 2000년대 주요 사건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자사 브랜드를 내세운 저렴한 가격대의 PB라면을 출시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맛의 다양성과 고급화를 지향하는 시장의 흐름에 밀려 기존 업체들의 아성을 위협할 수준으로 부각되진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는 몇몇 장수 제품을 빼놓고 여타 제품들의 주기가 매우 빨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히트 제품을 만들기 위한 각 업체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객의 입맛이 더욱 까다로워진 점은 해외시장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제2의 성장기(2010년대) - 한류, 라면 해외시장 진출 이끌다
2010년 들어 라면시장은 한류에 힘입은 해외진출의 활성화와 1인 가구 시대에 따른 간편식 증가, 장기 불황의 영향으로 인한 판매 증가에 제2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

1996년 중국 상하이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진출국을 꾸준히 늘린 농심은 2000년대부터 불어온 한류에 힘입어 현재 8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1위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했고, 영국의 4대 대형마트 가운데 하나인 모리슨에도 제품을 공급했다. 농심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4억5천만달러며 올해 5억7천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10억달러 수준의 미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은 일본 업체인 동양수산(50%), 일청식품(30%)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에 진라면 등 대표 상품들을 수출하고 있다. 2010년 100억원 상당의 수출 실적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2배를 넘긴 220억원을 벌어들였다.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법인분리한 팔도는 현재 60개국 120곳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3500만달러를 수출한 가운데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맥도날드와 비슷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2011년 출시한 팔도의 ‘꼬꼬면’은 하얀국물 라면의 열풍을 몰고 올 정도로 라면시장에 엄청난 파급을 불러왔다. 꼬꼬면의 대히트로 삼양식품이 ‘나가사끼짬뽕’을 출시했고 오뚜기가 ‘기스면’을 출시하는 등 2011년 한 해 동안 하얀국물 라면이 라면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1년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이 외에도 지난해 농심의 ‘신라면블랙’과 삼양식품의 ‘호면당’, 풀무원의 ‘꽃게짬뽕’ 등 제품의 프리미엄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한편 최근에는 라면의 융복합을 주제로 한 새로운 조리법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방송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한 ‘짜파구리’를 필두로 라면을 기름에 튀긴 후 꿀을 바른 ‘라면땅’, 해장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콩나물 두부라면’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구리는 분식집과 단체급식 메뉴로도 쓰일 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새로운 메뉴의 조합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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