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여름 보양음식(保養飮食), 자연환경 변화의 전략적 완충제
[전문가칼럼] 여름 보양음식(保養飮食), 자연환경 변화의 전략적 완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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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15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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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농심 R&BD 식문화연구팀 팀장
최근 기상이변으로 조금 달라졌다지만 올해도 무더위와 장마를 동반한 여름이 우리 곁에 왔다. ‘찜통더위’는 여름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수천 년부터 질병 치료는 물론 질병 예방과 보건 측면에서도 기상요인과 계절변화의 중요성은 강조되어 왔고 ‘황제내경’을 비롯한 당대의 수많은 동양건강이론 저서에서 이를 언급했다.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 선택에도 이런 사상이 반영되었고 식생활에서 몸소 실천한 임상결과가 음식문화로 전해지고 있다.

자연 환경변화에 인체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제’로 작용하여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식치(食治) 원리를 각 계절에 맞는 음식에 담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방송과 인터넷 정보를 찾아다니며 기력과 정력을 왕성하게 해 줄 음식에 열광하는 것은 비단 건강 마니아들과 미식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른바 보양음식(保養飮食)의 계절, 여름이다.


여름철 ‘더위’ 먹은 신체
1년 중 여름철은 가장 무덥고 비가 많은 계절이며, 만물이 성장하여 무성해진다. ‘더위로 땀을 비 오듯 흘렸더니 힘이 쭉 빠졌다’라는 말을 한다. 한증막 같은 여름 무더위에 노출되면 몸에 불필요한 열이 축적되어 땀구멍이 열리면서 과도하게 땀을 흘리고 그로 인해 기운(氣運)이 없고 나른해지며 진액(津液)도 손상된 상태가 된다.

우리 신체에 더운 기운이 침범하여 장기 중에 비위(脾胃) 기능을 떨어트리므로 차가운 음식이나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으면 복통, 설사 등에 쉽게 걸린다.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소위 ‘배탈’이라는 소화기관 질환을 쉽게 경험했을 것이다. 또한 열이 많아 갈증도 자주 느껴 차가운 음료도 많이 찾는다. 장마로 습기가 많아지면, 마치 스펀지가 물에 푹 젖은 것처럼 몸이 무겁고, 인체의 비장(脾臟) 기능이 약해지면서 식욕도 떨어지기 쉽다. 여름철 이런 신체변화를 통칭하여 ‘더위 먹었다’고 하였다.

한낮의 무더위 때문에 낮 시간에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정도가 되어,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국가적으로 이른 오후에 일제히 낮잠 자는 ‘씨에스타(siesta)’라는 제도가 있을 정도이니, ‘더위’가 인체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여름 보양음식의 전략
보양(保養)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을 휴양하여 건강을 보전하고 활력을 기름’이라고 되어 있다. 즉 육체적 건강과 활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길러준다는 뜻을 내포한다. 특히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방법이 보양음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름보양식에 대해 “영양 과잉 상태에서 보양식을 먹으면 몸에 지방만 축적되어 비만을 부르게 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자연 환경변화에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음식이 ‘완충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우리 음식문화의 맥락을 놓친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 후기, 홍석모(洪錫謨)가 정리하고 설명한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더위를 식히는 음식으로 참외와 수박이 기록되어 있다. 수박의 한량(寒凉)한 성질을 이용한 청서해열(淸署解熱) 전략이다.

여름철 대표 궁중 보양식 중 하나인 초계탕은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 넣고 메밀국수를 말아 녹두묵과 함께 먹는 전통음식이다.
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려
쉽게 피로할 수 있으므로 닭과 식초를 넣은 초계탕으로 몸을 보하게 하였다. 그 외 여름철 많이 찾는 냉면, 오이냉국, 오미자차, 콩국수, 삼계탕 등도 ‘완충제’로 작용하여 우리 건강을 지키는 식치(食治) 원리를 각 계절에 맞는 음식에 담은 사례이다.

몸에 쌓인 과도한 열과 습을 배출할 수 있는 기미의 식재료, 비위기능을 높여줄 수 있는 따뜻한 성질의 식재료, 지치기 쉬운 몸에 기운을 보충하는 원기회복을 목적으로 한 식재료 등을 이용하는 것이 여름 보양음식의 전략이다.

2013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을 잘 지내기 위한 보양음식(保養飮食)이 잡지와 방송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식품 및 외식산업에서도 갖가지 아이템으로 오늘도 우리의 건강과 입맛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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