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일동후디스 승소가 의미하는 것
[월요논단] 일동후디스 승소가 의미하는 것
  • 관리자
  • 승인 2013.07.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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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며칠 전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식품공학회(IFT) 연차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 타면서 일간지 하나를 집어들고 앉았다. 평소 신문을 보지 않고 쌓아뒀다 버리는 것이 아까워 일간신문을 정기구독을 하지 않는 터라 비행기를 탈 때면 지루한 비행시간 동안 배고픈 사람처럼 머리에서 발끝까지 집어든 신문을 일독하는 묘미를 즐긴다. 그날 사회면에 실린 “일동후디스 분유 유해성 과장 환경단체 8천만원 배상해야”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유제품회사인 일동후디스가 자사제품의 유해성을 과장해 발표한 환경단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10일 “일동후디스의 산양분유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환경운동연합에 대해 “위자료 8천만원을 일동후디스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신문기사를 읽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꼈다. 사실 우리나라 신문 방송은 그동안 시민단체의 과오를 파헤치거나 크게 다루는데 인색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언론은 기업의 비리에 대해서는 침소봉대하여 대서특필하고 심층 분석하는게 상례이나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비교적 크게 이 문제를 다루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삼양라면 공업용 우지 파동, 포르말린 골뱅이 사건, 쓰레기 만두사건 등 부정확한 발표로 식품관련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던 사례들과 유사하다”며 “왜곡된 정보로 혼란을 겪고 있던 소비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일동후디스측의 견해를 전하고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잘못된 정보나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주장으로 기업에 피해를 입혔을 때에는 성역 없이 책임을 묻는 게 상식이다. 특히 식품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안전관리에 생명을 걸어야 하며 철저하게 자기 방어를 해야 한다. 1999년 (주)풀무원이 자사제품에 GM 콩을 썼다고 발표한 소비자보호원을 상대로 106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을 때 업계에서는 풀무원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단체들의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정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건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소비자들은 자기 제품에 자신감을 보인 풀무원을 더 신뢰하게 되었고 이 일로 중소기업으로 늦게 시작한 풀무원이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단체들이 과연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묻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일삼는 시민단체들이 과연 사회의 보편적 선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학계가 안전하다고 인정한 MSG를 유해한 것으로 선전하고 불매운동을 해온 한 소비자단체가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가 되고 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 조미료산업이 붕괴되고 일본 MSG기업이 상륙하였으며 육류 소비증가로 식량안보가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큰 만큼 사회적 책임도 커지고 있다. 시민의 보편적 이익은 곧 국가이익이다. 그러므로 시민단체의 행동은 국익에 부합되어야 한다. MSG 불매운동, 이온화 조사식품의 안전성 논란, 유전자재조합 작물의 안전성 논란과 표시확대 주장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며 국가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일본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대단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단체의 이익이나 영향력 확장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건전한 시민단체들이 소비자의 식품에 대한 불안감과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한번 잘못 감염된 부정적 인식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번 일동후디스 재판의 결과는 시민단체의 행동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우리 언론의 자세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좀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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