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에서 배워라
에키벤에서 배워라
  • 관리자
  • 승인 2013.08.23 0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광 산업은 그 어떤 산업군보다도 식음료 산업과 연관이 깊다. 여행 가이드북은 해당 지역의 맛집을 빼놓지 않고 추천하고 있으며 특정 음식이 유명한 지역은 그 음식 하나만으로도 관광지가 된다.

여행과 음식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을 얘기할 때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일본의 ‘에키벤’이다. 에키벤은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이라는 뜻으로 일본 식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1885년 도쿄의 우에노(上野)와 우쓰노미야(宇都宮) 사이에 철도가 처음 개통됐을 때 매실장아찌가 든 주먹밥과 죽순에 싼 단무지를 팔던 것이 에키벤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싸게는 200엔대부터 1만엔이 넘는 고급 도시락까지 일본 전역에 그 종류만 3천여 종이 있어 소비자들은 취향 혹은 주머니 사정에 따라 원하는 도시락을 골라먹을 수 있다.

일본의 에키벤을 통해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 및 생산자 인식 변화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락 시장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도시락을 어엿한 한 끼 식사가 아닌 빠르고 저렴하게 요기를 하기 위한 간편식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편의점에서 파는 3천~4천원대의 도시락은 ‘맛은 그냥 그렇지만 싸니까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전문점 등에서 파는 1만원이 넘는 도시락은 ‘맛있지만 비싸서 부담스럽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사용된 식재료나 인력 등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생산자 측에도 인식 변화는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1만2천원 가량 하는 일본의 도시락이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것은 가격대비 품질과 가치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된 수많은 에키벤 사진은 홍보용 사진과 실물이 턱없이 달라 실망을 안겨주는 우리나라의 메뉴 사진과는 차이가 크다. 국내 도시락 생산자들은 여느 인기 음식점 메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에키벤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 에키벤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관광수익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키벤 중에는 해당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메뉴가 많다. 소 혓바닥구이인 규탄이 유명한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규탄 도시락, 쇠고기가 맛있기로 유명한 요네자와의 쇠고기 도시락, 삿포로의 연어초밥, 지바의 대합구이초밥 등이 대표적 예다.
지역 명물을 살린 유명 에키벤을 맛보기 위해 해당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끊임없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롤모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도 지자체별로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음식상품을 개발하고 스토리를 입힌다면 자연스럽게 관광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역에 일본 에키벤을 본뜬 도시락전문 매장이 들어섰다. 지역적 특색이 아닌 대도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메뉴 구성이라는 점은 아쉬우나 여행용 도시락 시장 발달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국내 도시락 업체는 일본의 에키벤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한 단계 높이 끌어올려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