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서울시 무상보육 광고, 세제개편안 & 외식업 생존전략
[월요논단] 서울시 무상보육 광고, 세제개편안 & 외식업 생존전략
  • 관리자
  • 승인 2013.09.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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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사)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대통령님 무상보육을 쭉 이어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상 보육은 계속돼야 합니다.’ 요즘 서울시가 총력 전개하고 있는 무상보육관련 홍보 광고 내용의 일부다. 광고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런 내용도 있다. ‘서울시는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을테니 서울시민이 힘을 모아 달라’(2013.8. 20. SBS 8뉴스)’. 신문광고의 ‘호소문’ 스타일이 아니다. 이것이 ’서울 스타일’이라는 듯 당당하다. 디자인도 상당 수준. 하지만 고약한 상상력을 유발하는 묘한 뉘앙스가 귓전의 더께처럼 목젖의 가시처럼 께적지근하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국무총리 못잖은 파워맨인 서울시장이 법적 제도적 위계질서와 업무 프로세스를 제껴놓고 일방적 홍보 광고로 무상보육 부문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해도 괜찮을 만큼 크게 바뀌었다. 그 광고만으로 본다면 자칫 대한민국의 국정시스템이 고장 또는 와병 중이라는 신호로 잘못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옴직하다. 그 광고의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 당사자로 특정된 이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누구인가. 행정부 수반인 동시에 국가원수가 아닌가. 이번 광고가 ‘시민을 위한 정보제공’일 뿐이라는 서울시의 설명이 구차하게 들리는 이유다.

며칠 전(8.20) SBS 8뉴스를 통하여 서울시 광고관련 뉴스를 듣기 전만 해도 나는 마감 임박한 원고의 주제를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이하 의매세공)’로 정하고 제목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의매세공!’으로 일찌감치 찜해 두었던 참이었다. 실제 3년 전에도 나는 ‘의매세공’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도와 공제율의 지속적 존치를 위한 부가세법개정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2010.11.1.본란). 하지만 실제 광고를 보고 듣고 난 이후 나는 한동안 밀려오는 무력감과 허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수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상보육은 계속돼야 하고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대형광고로 촉구하고 있는 판에 생존자체가 힘겨운 생계형 외식업자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강한 의구심 때문이다. 심지어 그 까짓 깜도 안 되는 의매세공 하나를 바라보며 콩당콩당 새 가슴에, 부글부글 끌탕으로 동동 발 구르는 쩨쩨하기 짝이 없는 외식업자들의 처지가, 조금 거시기하게 표현하면 그 ‘존재론적 의미’가 한없이 서글프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의매세공과 관련하여 식품외식경제 사설(2013.8.19)이 강력 촉구한 대로 외식관련 3개 협회의 단결과 분발이 이루어지고 대책이 수립된들 ‘어느 세월에’라는 장탄식 말고 기대되는 게 또 있을까 싶다. 이처럼 서울시 광고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는 외식업주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적잖은 낭패감과 절박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걸 서울시가 아는지 모르는지…. 그 아이러니가 씁쓰레하다.

그래서 3개 협회 등 외식업계도 어렵사리 건의문을 만들어 까다로운 면담절차와 출입증 발급절차를 거쳐 관련부처와 국회를 순방하며 허튼 발품 팔게 아니라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의매세공은 유지돼야 하니 대통령님의 통 큰 결단을 바란다’는 대중광고를 내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뚱맞은 생각마저 드는 게 아닐지. 하지만 외식업계는 절대로 그처럼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경제주체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입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래저래 죽을 지경은 중앙정부다. 맏형격인 서울시가 총대를 멨으니 다른 지자체들의 복지 관련 예산지원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세금마저 잘 걷히지 않으니 정부입장도 딱해 보인다. 오죽하면 세제개편안을 통한 ‘의매세공’까지 손댈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이참에 ‘의매세공’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다가 마침내 제로베이스로 끝을 내는 홀로서기 생존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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