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삶의 이상향인 샹그릴라와 소수민족의 식문화
[월요논단] 삶의 이상향인 샹그릴라와 소수민족의 식문화
  • 관리자
  • 승인 2013.09.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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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운 혜전대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교수
마음속에 그려온 이상향 또는 파라다이스, 유토피아, 무릉도원으로 회자되는 샹그릴라(Shangrila)는 중국 운남성 서북의 중심지인 중전(중뎬)을 일컫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과 수려한 볼거리가 많은 곳인 운남성과 티벳은 장강의 줄기로 이어지는 높은 산과 깊은 협곡, 그리고 티벳고원과 차마고도가 연결되어 있는 해발 2천~6700m의 고산지이자, 원시와 태고의 모습이 살아숨쉬고 있는 곳이다.

원래 샹그릴라는 1933년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이라는 소설에서 삶의 이상향으로 창안해 낸 지역 이름으로 소설 속의 가상의 장소이기도 하다. 쿤룬(Kunlun)산맥의 서쪽 어딘가에 숨겨진 장소로써 신비롭고 경이로운 곳, 평화롭고 천국을 상징하는 곳, 동양과 불교의 불가사의한 장소로 묘사되고 있는 샹그릴라는 작은 티벳 마을로도 불리고 있다.

인간 세계의 혼잡한 격정과 혼란스러운 풍파를 멀리하고, 늙음과 죽음의 경지를 벗어난 복지와 평화의 낙원,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불가사의한 땅, 한번 발을 들어 놓으면 탈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월도 느리게 지나가고 비켜가는 불로장생의 마을, 100살이 넘어가도 젊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일상의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되는 평화로운 이상향의 지역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바로 샹그릴라인 것이다.

티벳과 운남성을 두 번씩이나 투어하고 고산지대의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과 함께 태족, 나시족, 묘족, 장족, 회족, 백족 등 중국 소수민족의 음식문화를 벤치마킹하면서 체험한 것은 기후와 음식에 따른 단명과 장수가 교차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고도가 높아 음식을 끓여도 100도가 넘지 않아서 찰진 밥을 먹기 힘들다는 것과 소, 양, 야크 등의 고기를 말려 보관 후 요리한다는 점이다.

찰진 대통밥, 군 고구마와 군 옥수수, 특유의 소스를 바른 양 꼬치구이,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썩떼, 육수와 함께 쌀국수, 죽순, 달걀, 채소 등을 넣어 만든 쌀국수 미셴은 기름기가 없고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자랑하며, 닭고기와 매콤한 고추기름이 잘 어우러진 매운 닭쌀국수인 라지미셴이 도심지의 길거리 음식으로 대표되고 있었다.

또한 백족의 대표적인 명물인 귀한 손님 접대용 삼도차(三道茶)는 3번에 걸쳐 내오는데 첫번째 차는 뜨거운 화로 위에 찻 주전자를 올려놓고 녹차잎을 넣어 볶다가, 물을 조금 부어 우려낸 것으로 쓴맛이 강하며(인생의 역경을 쓴맛에 비유), 두번째 차는 녹차에 백설탕, 흑설탕과 얇게 썬 호두조각 등을 넣은 것으로 맛이 달고(인생의 행복에 비유), 세번째 차는 녹차에 흑설탕과 생강, 꿀, 참깨, 계피, 산초나무 열매 등을 넣어 단맛, 쓴맛, 매운맛을 복합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고진감래에 비유), 이것은 인생의 진리를 늘 음미하면서 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찻잎을 끓인 물에 버터, 소금, 참깨 등을 넣어 만든 전통 티벳차는 고원지대로서 날씨가 춥고 건조하기 때문에 고안된 고열량의 수유차(일명 버터티)로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특히 곡식과 채소가 재배되지 않고 육류 위주의 식습관은 차를 즐겨 마시면서, 소화촉진은 물론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수유차(Tibetan Butter Tea)는 야크에서 짜낸 우유나 버터를 넣어 차를 만들고, 주식인 보릿가루와 함께 먹는 것이 샹그릴라 주변 소수민족들의 주식이자 간식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간만 나면 마시는데 건조한 기후에 빼앗긴 수분을 보충해 줄 뿐만 아니라, 산소가 적은 고산 지역에서도 생활의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고지대에서의 수유차는 부드러운 밀크티 맛에 약간 짭조름하면서 버터향이 물씬 풍기는데, 체내에 축적된 피로물질을 빨리 줄일 수 있고 고산병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샹그릴라 주변의 소수민족의 음식문화는 기후와 환경특성을 고려한 초자연주의 음식이자, 소수민족 고유의 에스닉 음식이며 장수음식임에 틀림없다.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자 삶의 이상향인 샹그릴라, 그리고 인근의 소수민족의 식문화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단명과 장수의 화두를 한번쯤 곱씹어 연구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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