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전국학교조리사회 이인자 회장
<특별 인터뷰> 전국학교조리사회 이인자 회장
  • 김병조
  • 승인 2006.07.0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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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 이후 과제는?
▶ 이인자 전국학교조리사회 회장은 조리사를 위생관리 책임자로 격상시켜야 능동적으로 안전한 급식제공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30일 학교급식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이 바로 전국학교조리사회 이인자 회장이다. 개정된 학교급식법이 직영급식 의무화를 핵심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 회장이 기뻐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다. 이번에 개정된 학교급식법에는 학교급식 현장에 조리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이인자 회장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급식 조리사 경력 10년. 그가 보는 학교급식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가 추구하는 이상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이인자 회장의 소감이다. 학교급식법에 조리사 배치가 의무화됐지만 시행령에 조리사의 직무를 규정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일이 더 큰 일이라는 것.
이인자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학교급식 현장 조리사 배치와 직무규정 법제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일을 해왔다. 각종 토론회에 의견을 개진하고 국회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다.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의 답변은 의미심장하다.
“조리사의 직무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고 위상이 정립되지 않는 한 학교급식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슨 뜻일까.
이인자 회장이 지적하는 현행 학교급식 정책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식중독 예방 등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은 식품을 직접 취급하는 실무자들이 철저히 사전 예방을 할 수 있는 자발적 예방대책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학부모들의 요구인 영양가 있고 맛있는 급식, 즉 맛의 개선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위생안전 대책의 경우 실제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를 하고 각종 조리 관련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리사들인데 이들에게 권한은 아무것도 없고 책임만 주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

또 좋은 학교급식이 되려면 제공된 음식의 잔반(잔식)이 없도록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가정에서의 식사 이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단이라 해도 먹지 않는 급식이란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실제 학교급식에서 70% 이상의 학생이 음식을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고, 음식을 남기는 학생은 급식된 음식의 절반가량을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처럼 음식을 남기는 가장 큰 이유가 ‘음식이 맛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학교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엇박자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위생과 맛의 향상 및 개선에 관한 1차적 책임은 조리사에게 있습니다.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했는지, 제대로 된 조리고정을 거쳐서 조리를 완성했는지, 온도와 시간관리는 철저히 했는지, 소독은 완전했는지, 또 창의적인 조리개발을 위해 실험조리를 얼마나 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때 과연 조리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자발적으로 식중독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여야 하는 책임을 수행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학교급식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리사는 학교급식에서 취식시간을 기준으로 조리공정을 계획하고, 음식을 올바르게 가열 및 조리하며, 온도와 시간을 관리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에서 조리사의 역할과 중요도를 볼 때 조리사를 학교급식 조리 및 위생관리 책임자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조리사가 학교급식 위생관리의 권한에 따른 책임과 소신을 갖고 식중독 예방에 최선을 다하며, 조리 및 위생관리의 직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식품위생법에서 검수와 조리 및 조리지도, 급식시설의 위생적 관리, 종업원에 대한 위생 및 조리교육, 그리고 학교급식법에서 위생관리, 식품의 조리지도 및 검식, 식중독 예방 업무를 조리사의 직무로 변경해 조리 책임과 위생 책임을 함께 지니게 한다면 학교급식 식중독을 능동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인자 회장은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조리사의 배치가 의무화 된 것은 다행이지만 위탁을 직영으로 전환토록 강제한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직영과 위탁이 공존해야 경쟁력 있게 같이 발전해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직영의 경우 위탁에 비하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인자 회장이 최근 역점을 두고 벌이고 있는 운동은 ‘조리보국(調理報國)’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음식 사랑 운동’이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일하면서 수입산 식재료와 국적 불문의 메뉴가 난무하는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시작한 운동이다.

“학교조리사는 우리 고유음식의 탁월한 맛과 아름다운 멋을 학생들에게 학교급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각급 학교와 지역 환경에 맞는 전통음식을 조리하고 조리법을 개발하는 장인정신을 소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학교급식은 학생들에게 단지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우수한 우리의 전통음식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나아가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소비함으로써 농촌을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식량안보에 대비할 수 있는 길도 학교급식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조리보국 운동.
조리사는 우리의 우수한 전통음식을 어린 성장기의 학생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학교급식에 보급할 수 있는 주요 임무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통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조리법과 메뉴를 개발해나가는 것이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단을 짜더라도 아이들이 맛이 없어 먹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영양사와 조리사가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또 지속적인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조리사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급식 조리 및 위생관련 직무와 직결된 조리사와 조리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
이인자 회장은 이 모두가 학교급식 조리사에 대한 인식부족과 법적 제도적 불합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조리사의 법적 배치와 직무규정에 그토록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조리보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국학교조리사회는>
전국학교조리사회는 전국 140만명 조리인의 대변 단체인 (사)한국조리사회중앙회(회장 강민수)에 학교급식분과위원회로 소속되어 있으며, 약 6만명에 이르는 학교급식 조리종사자(조리사, 조리원)의 권익 향상과 대정부 홍보 및 사안별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또 회원간 상호 교류협력 및 연대활동을 통해 학교급식 품질 향상과 급식환경 및 처우개선, 정부의 급식정책 건의 및 전통음식의 개발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조리사들은 학교급식의 철저한 위생과 질적 개선, 음식 맛의 향상이 학교급식 현장에서 식품을 직접 취급해 조리하는 실무자인 조리사에게 달려있다는 조리장인의 자세와 소명의식으로 조리보국 및 한국 전통음식의 전승과 세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국학교조리사회는 ‘안전하고 질 높은 학교급식’을 위한 사업과제로 급식 종사자의 실태파악과 직무분석, 직무규정의 법제화, 직정인력의 배치기준 마련, 비정규직 조리종사자의 정규직 및 상용직 전환 정책을 건의하고 있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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