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썩지 않는 햄버거’(?)
[월요논단] ‘썩지 않는 햄버거’(?)
  • 관리자
  • 승인 2013.09.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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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모 일간지에 ‘먹거리 X파일’팀의 썩지 않는 햄버거 이야기가 실렸다. “3월 26일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구입한 햄버거예요. 아직도 썩지 않고 있네요.” 8월 17일자 신문이다. PD의 캐비닛에 미라처럼 말라버린 햄버거를 보고 하는 말이다. ‘문제의 햄버거는 방부제를 얼마나 넣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미스터리였다’고 썼다. 이것을 녹화에서 먹으면서 “음…. 먹을만 한데요.”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과학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나라 TV 프로그램이라니 한심한 일이다.

우선 이 프로그램을 보고 햄버거를 여러날 방치해 두었다가 먹고 식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나올까 겁이 난다. 이것은 교육상 대단히 안 좋고 무책임한 내용이다. 햄버거나 김밥과 같은 즉석식품은 하루이상 방치해 두었다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확율이 매우 높다’는 말은 일부는 식중독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를 그런 위험에 노출시키지는 않는다.

햄버거는 간고기로 만든 패티를 팬에 구운 것을 빵 사이에 넣어 먹는 즉석식품이다. 빵은 수분함량이 비교적 낮아 세균에 의한 부패보다는 곰팡이의 번식이 먼저 일어난다. 식빵을 집에 몇일 두면 곰팡이가 자라나는 것을 흔히 본다. 고기 패티는 살짝 굽기 때문에 내부에 세균이 살아남을 수 있어 실온에 1주일 정도 두면 부패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빵과 잘 익힌 패티는 선선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썩지 않고 표면이 말라 소위 ‘미라’가 될 수 있다. 식품저장학에서 다루는 건조기술의 기본이다.

이것을 가지고 ‘방부제를 넣어서 생긴 미스테리’로 보는 방송인들의 어처구니없는 상식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방송이 주는 사회적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식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대단히 크다. 이 두 개가 맞물려 식품에 대한 방송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인기 있다고 너도나도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내용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다루어서는 안 되며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받은 후에 방송되어야 한다.

MSG 유해론을 퍼뜨린 일부 소비자단체와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이 우리나라 조미료산업을 무너뜨렸고, 지금도 MSG를 사용하지 않는 착한 음식점을 찾아다닌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MSG 소비량은 줄지 않았는데 국내 생산은 거의 없어지고 대부분 수입해 먹고 있다. 누구를 위한 MSG 불매운동인가? 정부가 여러 차례 안전하다고 발표했고 전 세계가 허용치 없이 사용하고 있는 식품 재료를 가지고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식품은 우리가 매일 먹는 것이므로 모두 식품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품은 공학에서 다루는 물질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물질이다. 식품 중의 무수한 성분들이 상호작용하고 변화되는 과정을 파악하고 종합하여 그 영양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그러므로 식품의 평가를 상식 수준에서 언급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식품과학을 공부한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비위생적인 처리나 혐오스런 취급을 지적할 수는 있으나, 식품의 건전성과 안전성은 구분하여 관리해야 한다.

최근 새 정부가 불량식품을 척결해야 할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지목하면서 검찰, 경찰, 시민단체 등에서 앞다투어 불량식품을 고발 기소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상식수준에서 즉흥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을 방송이 진위여부를 따지지 않고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부는 앞에서 보인 것처럼 과장 왜곡 보도하고 있다. 불량식품 척결로 국민을 안심시키려던 본래의 취지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일차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토를 거친 후 발표되어야 하며,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과장 왜곡 보도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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