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에 대한 '오해와 편견'
식중독에 대한 '오해와 편견'
  • 관리자
  • 승인 2006.07.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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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예방, 일회성 캠페인 아닌 과학으로 접근해야
▶ 한톨 식품위생연구소 소장 박정면
월드컵 16강 탈락에 대한 전 국민의 분풀이를 마치 식중독사고에 대고 하는 것 같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식중독사고를 어떤 다짐대회나 신바람으로는 막을 수 없듯이 이번의 사고도 분풀이 하듯이 해서는 막을 수 없다. 식중독사고는 과학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먼저 식중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우리사회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아보자. 원래 식중독사고가 발생하면 관련당국에서 원인을 밝혀내는 역학조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사고의 원인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 것이 순서이며 그 조사결과물이 기초 자료가 되어서 앞으로 발생할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고가 터지자마자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관련업체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정말 그 업체가 그런 비난을 받을만한지는 역학조사의 결과로써 판단할 일이다. 과학적 자료로써 판단할 일에 국민의 감정이 앞서 폭발하는 이유는 우리사회가 식품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 국민적인 상황이며 식중독사고를 바라보며 논설을 쓰는 언론매체나 관련법을 제정하는 정치권도 매 한가지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오로지 상한 음식을 먹어야만 식중독에 걸린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살아서 펄펄 뛰는 생선회를 먹고 혹은 농장에서 바로 따서 만든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먹고 또 도축장에서 바로 잡은 소고기로 만든 햄버그를 먹고 식중독에 걸릴 수 있고 심한 경우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오로지 상한 음식을 먹어야만 식중독에 걸린다고 생각한 나머지 식중독사고가 나기만 하면 상한 음식을 어린 학생들에게 급식한 급식업체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일반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관련 당국이 대 국민 식품위생교육을 등한히 한 결과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치만 하는 국회의원이 위의 식품관련 지식을 어떻게 습득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한목소리로 식중독사고를 발생시킨 업체만 윤리적 도덕적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난만 하고 있는 중이다.

일반국민, 언론매체, 정치권이 식품위생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데도 가장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 중이다.

식중독사고는 위생관련당국, 식품업체, 학계와 소비자인 국민이 같이 노력할 때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곳이라도 빠져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학계는 어떤 실질적 노력을 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 알아봄으로써 식중독사고를 바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

첫째, 식중독사고 혹은 집단급식사고는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잘 못된 생각이다. 식품안전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전체 식중독사고의 6%가 학교급식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전체식중독사고에서 학교급식사고가 11.5 ~ 37.6%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안전은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것이다. 후진국에서는 먹고 살기가 바빠서 아예 사고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한국도 최근에야 비로소 식중독사고에 대한 통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가의 위치에 있는 한 급식사고율은 기존의 수준대로 유지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이 6%대의 학교급식사고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식중독사고를 줄이는 것이 힘들다.

둘째, 식중독사고는 간단한 설사병 정도의 질병이며 예방하는 것도 간단한 것이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여섯 개의 1종 전염병 중 흑사병인 페스트를 제외한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 콜레라가 식중독에 포함될 수 있다. 어떤 질병이던 음식을 먹은 후 병에 걸리면 식중독이라 할 수 있으니 꼭 장티푸스나 콜레라와 세균성이질을 물이 매개체인 수인성질병이라 못 박을 필요는 없다.

3종 전염병으로 분류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1998년 ~ 2003년까지 137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며 만약 보고 되지 않은 숫자를 추측한다면 그 수가 10배인 1,37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수천 명씩 발생하는 A형 간염환자와 급식으로 인한 세균성이질까지 통계에 잡는다면 한국의 식중독사고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간혹 식중독사고를 의약품인 백신으로 예방할 필요도 없는 간단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장티푸스와 A형 간염을 제외하고는 백신이 없다. 이런 사실은 한 번 걸렸던 사람이 계속하여 같은 식중독에 걸릴 만큼 지독하고 끈질긴 병이 식중독임을 알 수 있다.

식중독사고의 예방은 대단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Journal of Food Protection, Journal of Food Safety, Journal of Food Science, Food Microbiology,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Microbiology 등과 같은 세계적인 저널에서 식중독예방 관련 논문을 수도 없이 많이 쏟아내고 있으며 수많은 식품안전 심포지엄이나 세미나가 세계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셋째, 계류 중인 강력한 법인 급식관련법을 통과시키고 새로운 식품안전 기구를 올해 안에 세우면 사고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올바른 통계의 수립과 더불어 사회안전 시스템의 구축과 작동으로 인하여 식중독사고 건수나 환자수 그리고 원인물질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이후 선진국으로 안정된 후 그 비율은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경제가 악화되고 법만 강화될 경우 겉으로 드러난 사고를 감추기 위해 실제 사고율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식품안전이 전체 사회의 안전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없는 한국사회에서는 어떤 강력한 급식 관련법을 만들거나 행정기관을 새로 세운다고 사고를 줄일 수 없다. 더욱이 한국사회가 거의 모두 시스템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데 유일하게 식품안전망만이 유일하게 시스템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HACCP 시스템을 우리사회에 구축하고 가동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식중독사고의 예방을 과학이 아닌 “사고예방 다짐대회”나 “하면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2002년(월드컵과 아시안게임)과 2005년(APEC)과 같은 큰 국제적인 행사만 치러지면 식중독사고는 상상을 초월하게 감소하다가 그 다음 해는 보란 듯이 평년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서 발생하곤 한다. 특별한 국제행사가 없는 2006도는 연말이 되어야 전체 식중독사고에 대한 결산이 나오겠지만 보지 않아도 그 결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넷째,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바꾸면 식중독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물론 급식체계를 모두 직영으로 바꾼다면 급식사고를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으나 막을 수는 없다. 교육부자료에 의하면 1998 ~ 2004년까지 위탁급식이 직영보다 발생 건수에서 7.9 ~ 1.5배, 그리고 환자수에서 19.3배 ~ 1.1배의 높은 수치로 발생시키고 있다. 위탁급식도 업체의 사활이 걸린 만큼 위생에 투자하여 2004년에는 직영과 비슷한 사고율(발생 건수: 1.5배, 환자수율: 1,1배)을 기록한 바가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바꿀 수도 없다. 직영이 식중독사고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모든 학교가 직영을 채택한 후에도 급식사고가 여전히 발생할 것은 확실한 일이다. 그 땐 “도시락 갖고 다니기 운동”밖에는 벌일 수 없을 것이다. 식중독사고의 예방은 과학으로 해야지 급식체계를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급식이 직영화 되고 징계수준을 강화한다면 2004년을 기준으로 볼 때 매년 40명의 교장선생님과 영양사들이 징계를 받아야 한다. 한국사회의 수준이 개발도상국이라서 안전도 그 수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사고만 발생하면 관련자들이 이유를 불문하고 처벌을 받는다면 이는 올바른 일이라 할 수 없다.

다섯째, 국산 혹은 유기농?축산물을 사용하면 식중독사고를 막을 수 있다.
틀린 말이다. 식품은 질(quality)과 안전(safety)으로 구성되어있다. 국산 그리고 유기농 식품을 사용하면 질은 향상시킬 수 있으되 식중독사고를 줄이거나 막을 수는 없다. 식중독균인 노로바이러스와 살모넬라균이 국산, 외국산 혹은 유기농 비 유기농 식품을 가려가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식중독균의 존재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농장, 어장, 목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에 식중독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린 말이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국산이나 유기농을 사용하자는 것은 옳은 주장이나 식중독사고를 막기 위해서 그런 식품을 사용하자는 주장은 잘 못된 것이다.

여섯째, 식중독사고 원인균 찾는 비율이 왜 60%밖에 되지 않는가? 이래서 어떻게 예방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식중독사고에서 사고 원인물질이 환자로부터는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었는데 식품으로부터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의 식중독사고가 원인 없는 사고로 미궁에 빠진 사고라고 각 언론이 떠들고 있다. 물론 원인식품을 찾는 것이 식중독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원인식품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사고가 미궁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정황적인 증거로써 충분히 사고의 원인을 지적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법률에 CJ푸드시스템이 생규칙을 정확히 지켰는지 확인해 그것을 어겼을 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식품에서 원인균 찾기는 역학조사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사회가 원인식품의 검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식중독사고를 증거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강도와 살인사건과 동일하게 보기 때문이다.

식품에서 병원균을 검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기 힘들다고 하니까 한국에는 그런 기술력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오해다. 세계 각지의 오일탐사가들이 기술이 없어서 원유를 못 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원유가 묻힌 장소를 못 찾는 것이다.

역학조사에서 실시하는 원인균 검출은 기본적으로 샘플 양이 50g에 불과하다. 그리고 검사할 식재료와 음식은 이미 없어진 뒤다. 또한 병균은 식품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으며 일정 부위에 국한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꼭 집어서 검사샘플로 사용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아주 힘든 일이다.

식품에 비해 환자로부터 채취한 샘플에서는 병원균을 검출하기가 훨씬 쉽다. 그 이유는 이미 환자이기 때문에 병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환자 몸에서 병균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환자의 샘플이라도 100% 검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의 경우를 보더라도 설사환자 1,821명의 대변에서 6.6% 인 121건에서만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었다. 그만큼 병원균 검출이 식품에서 힘든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원인균 검출율은 약 60%로써 미국의 40%를 20%나 초과한다. 식품위생 선진국의 그것을 능가하는 검출율이지만 여전히 학교급식사고율은 6%인 미국의 몇 배가 넘는다. 한국의 원인균 검출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오해들은 식중독에 관한 많은 오해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식품안전에 대한 오해는 우리사회가 올바른 대책을 강구하는데 큰 장해요인으로 작용하므로 가능하면 신속히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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