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원형찾기·아카이브 구축, 왜 필요한가
한식 원형찾기·아카이브 구축,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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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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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우 한식재단 사무총장
세계는 음식전쟁 중이다.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자국 음식 등재를 위한 각 나라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면 자명해지고 있다. 2009년에 처음으로 지중해·멕시코·프랑스 등 지역음식이 무형유산에 이름이 올랐다. 프랑스는 ‘가스트로노미(정통미식)’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그리스 4개국은 ‘지중해식’으로, 멕시코는 ‘미초아칸’이라는 전통요리로 말이다.

각 나라가 앞 다투어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은 이미 문화강국의 대표 이미지로 국가 브랜드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고, 등재를 계기로 산업적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는 관광객이 30~40% 이상 증가하는 파급효과가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한국도 사실 2008년에 조선 중궁음식을 무형유산에 등재시키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문화재청 주도로 김치와 김장문화를 등재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등재에 성공한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등재 성공의 주요인은 철저한 준비다. 자국 음식의 역사적· 문화적 원형에 대한 조사를 오랫동안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각 분야의 전문가가 연합해 힘을 모아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의학서로는 세계 최초로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이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동의보감 400주년 기념사업단은 이를 위해 최소 5년 이상의 선행연구 기간을 거쳤고, 국민들의 여론수렴, 해외동향 분석 등 실제 등재 작업에도 3년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3월 출범한 한식재단은 세계인에 한식을 알리고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한국음식이 무엇인지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배경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첫 단추가 한식문화를 밝혀낼 수 있는 한식 원형 발굴 및 한식 아카이브 구축사업이다. 사실 그동안 수 십 년에 걸쳐 한식에 대한 영양학적, 기능적 연구는 상당수 수행되어 왔다. 2009년까지 영양학적 조리학적 특성 등을 담은 논문은 대략 1만9천여 건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한국음식문화에 대한 조사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재단은 먼저 2011년에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문헌, 서적, 풍속도, 학술논문, 향토음식자료, 영상자료 등을 망라해 총 9038건을 DB화 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부터 한식문화를 찾아낼 수 있는 고문헌 자료 등에 대한 상세해제 작업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팀을 통해 진행했다. 이듬해인 2012년부터는 나라지식정보를 통해 조선시대 음식문화의 또 다른 축인 민간음식에 대한 조사연구와 호서대 산학협력단 정혜경 교수팀을 통해 대한제국 성립부터 해방시기까지 근대시기의 한국음식의 변천도 조사연구했다.

2013년에는 대전보건대 김상보 교수팀을 통해 조선시대 풍속화에 담긴 음식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당시 우리음식 한 모습을 품고 있는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 등의 그림을 음식사적, 민속학적, 조리학적, 미술사적, 비교식문화적인 즉 다학제적 관점에서 해석해 조선시대 음식을 재조명하고 다른 나라사람에게 보다 친근하게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접근은 사실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주제별 한식문화연구는 올해 말에 선을 보이는 한식 아카이브 서비스시스템을 통해 관련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초적인 자료들을 통해서 한국음식의 전통과 계승 그리고 변천을 한 눈에 읽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재단은 현대시기의 한국음식문화를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해방 이후 50여 년 이상 또는 3대 이상 대를 이어 한식당을 경영하는 대한민국 대표한식당을 조사·발굴했고, 결과물은 지난해 단행본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으로 펴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e-Book으로 제작되어 공급하고 있다.
또한 분단 60년이 지나 이제는 가물가물한 북한지역의 주요 전통음식 150여 종을 발굴, 이중 우선 평양 등 3개 지역의 50품을 묶어 단행본 ‘숨겨진 맛, 북한전통음식’을 출판, 북한 향토음식 교육과정의 교재로도 활용하면서 창조적 계승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재단은 한국음식문화의 실체를 체계적으로 밝혀내는 노력을 지속하고, 그동안 조사연구를 통해 정리된 조선조 등 한국음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음식재현과 복원을 통해 오늘날에도 그 음식전통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보급전략을 펼쳐 한식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기초가 튼튼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다. 음식전쟁이라는 전쟁터에서도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준비된 창과 방패가 있으면 승리할 수 있다. 한국음식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국민적 희망이 현실로 꽃피울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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