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품클러스터 유감
국가식품클러스터 유감
  • 관리자
  • 승인 2013.09.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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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올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자 -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식품산업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성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나라 식품 산업을 좀 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자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의 목적은 국내외 식품 기업이나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여 갈수록 다양성이 요구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협력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 사업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대표적인 롤모델은 네덜란드의 바게닝겐(Wageningen)을 중심으로 하는 푸드밸리(Food Valley)이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에는 바게닝겐대학이 있고 공공연구소도 있고, 기업과 기업 연구소도 있다. 이들이 서로 협력하여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며, 식품 안전에는 공동 대처하고 있으며 식품관련 정보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푸드밸리는 우리나라가 추진하려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는 달리 어느 정도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여부는 매우 중요하며 국가적으로 볼 때 필히 성공해야 할 사업이다. 본인도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작은 도움이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아낌없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여 왔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식품전문가로 종사하고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갖고 나로서는 안타까운 면이 있어서 몇 가지 지적해두고자 한다.

첫 번째로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기업유치를 주목적으로 하는 산업단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산업단지인 줄 알고 부지를 왜 좀 더 파격적으로 주지 않으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지를 싸게 공급하고 기반시설을 갖추는 산업단지라면 굳이 국가에서 할 일이 아니다. 지자체에서 할 일이고 이보다 싸게 공급해 줄 지자체는 얼마든지 더 있다. 아직도 땅 주고 길 내주면 기업이 들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목표는 결코 생산공장만이 들어오는 산업단지가 아니고 대학 연구기관 기업연구소, 기업이 함께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들어와서 문제해결과 지속성장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창출하는 푸드밸리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하여서는 기업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해주고 이를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 데 여기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자생적으로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찾아오면 해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업연구소나 연구소 브랜치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산업단지가 아니라고 인식하다보니 차별화 전략으로 기능성평가지원센터, 안전성센터, 포장센터 등 연구소를 세우는 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하는 조건인 기업연구소 유치가 이러한 연구소를 세운다고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연구소와 대학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전국적인 인력 집약적으로 결집시키고 이를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 구축과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1980년대에 기업들이 많은 연구소만 세우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해서 많은 연구소를 설립했다가 문 닫았던 이유를 곰곰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 식품 연구소는 식품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가 필요한데 어느 한 분야만 연구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양한 분야를 기업에서 혼자 연구하기에는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든다. 식품 산업의 특성상 그럴 필요도 없다. 기업은 자기가 필요한 분야가 어느 분야일지 모르지만 기업의 니즈를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해결해 줄 수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원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이를 해결해준다는 믿음이 있을 때 기업연구소 유치를 결정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우리나라의 다른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여 운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다양하고 우수한 인력을 결집시키고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를 갖는 시스템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소비자 입장을 생각하여 추진할 때만 우리가 바라는 간절한 소망 즉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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